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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Nov 16. 2023

0%의 확률을 깨뜨릴 수 있다면.

영화 <만 분의 일초> 리뷰


영화 <만 분의 일초>는 11월 15일 개봉한 영화이다.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장편 작품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검도에 대한 내용을 담아내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검도라는 스포츠에 대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 결코 지울 수 없는 상처, 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확률 0%를 깨뜨릴 그 찰나를 향해 검을 겨누는 치열한 기록을 담았다. 과연 그 0%의 확률을 깨뜨릴 수 있을까. 주종혁 배우의 감정 표현 연기가 빼곡히 담겨 있어 더욱 몰입감 있었으며 성장의 여정을 담아 더욱 흥미로웠다.



계속해서 피어오르는 분노, 통제할 수 없는 감정

재우는 한국 검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 합류하게 된다.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 황태수의 이름을 좇아 여기에 그만두려 했던 검도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검도 선발전에 집중하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뛰어난 실력으로 마침내 황태수에게 검을 겨눌 수 있게 되며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그날에 머물러 있는 재우의 마음은 목적을 잃은 채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잔잔하게만 느껴졌던 그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하며 황태수에게 적개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재우를 상대했던 황태수는 그의 분노를 받아주는 여유까지 발휘한다. 그 모습에 더욱 분노하는 재우는 순위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고 점차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폭주해 버리며 모든 것이 엉망이 되는 것 같았다. 과연 재우는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검도와 흔들리지 않는 마음.

검도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 스포츠이다. 타인과 대결로 승패의 결과가 나타나지만 마음을 잘 다스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성과로 드러난다. 재우가 분노로 인해 마음이 흔들리고 감정으로 온몸이 잠식될 때도 그 결과가 그대로 드러났다. 일시적으로는 뛰어나 보이지만 그 초조함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지나고 나서야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들이 온다. 검도 국가대표 감독님이 재우의 잠재력을 보고 선발을 했으나 그 실력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검도 실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무언가가 재우를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조언을 한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부터 재우는 황태수를 이겨야겠다는 집념으로 검을 잡았고 감정이 앞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끊임없이 무너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재우는 이겨야 하는 건 본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트라우마로 얼룩진 모습이 아닌 본연의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나서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주종혁, 김재우가 되다.

주종혁 배우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건조하면서도 담백한 연기가 인상 깊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이 호면에 얼굴이 가려지고 말수가 매우 적은 인물이라 복합적인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주종혁 배우는 온몸을 사용하여 김재우라는 사람을 표현한다. 불안과 초조,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담아내며 주인공 자체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과 상황으로 가득 메워진 영화의 긴장감은 상영 시간 내내 이루어져 손에 땀이 절로 베어 들게 만든다. 그의 분노와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어떤 상황을 연출하지 않아도 드러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탓에 더욱 가혹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의지로 좌우할 수 없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로지 경기에 집중하기엔 주변의 요소가 그의 발목을 계속해서 붙잡는다. 감정에 끊임없이 얽매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재우의 모습은 그의 진중함을 더욱 극대화한다. 때론, 가슴 한편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폭발적으로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그 또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건조하지만 담백하게.

영화는 스포츠 영화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사연을 구구절절 한 번에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검도를 소개하고 규칙을 이해하며 승리의 순간의 쾌감을 느끼는 뻔한 서사의 연결을 뒤로하고 분노를 품은 인물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감정을 한 번에 쏟아내지 않고 전개를 조금씩 풀어내며 주인공에게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러한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워낙 전개 자체가 촘촘하다 보니 100분이라는 상영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몰입감이 상당한 영화였다. 대련장의 선수들, 호연 너머의 상대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눈빛, 숨 가쁜 호흡, 찰나의 순간에 공기를 가르는 칼끝에 집중하게 만든다. 스포츠 영화가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적 요소를 활용하지 않고도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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