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뉴 노멀> 리뷰
일상적 공포를 재현한 정범식 감독의 영화 <뉴 노멀>은 11월 8일 개봉했다. 6개의 챕터,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며 공포를 겪는 다양한 인물들을 그린다. 스쳐가듯 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공통의 주제를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밖을 넘나드는 현실감은 의외의 반전으로 인해 공포가 극대화되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공포가 일상이 된 시대
이유 없는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이 새로운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혼자가 익숙한 게 당연해진 일상은 sns와 커뮤니티의 발전으로 이어져 타인과의 거리감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사회에 팽배해진 혐오는 내면에 쌓여 어느새 타인에게 표출하는 무례함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타인이라면 당연히 지켜져야 할 선이 어느샌가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 버렸는지도 모른다. 뉴스에 알려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사회의 문제는 외로움과 고독을 씹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처럼 섬뜩했다.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우리의 일이다.
현실적이지만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이야기.
일반 공포 영화와는 다르게 비현실적이면서도 지나치게 현실적인 공포를 유발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분명 영화 속의 이야기이지만 바로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이 생생해서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분명 이어진 이야기지만 동떨어진 듯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영화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두려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찝찝함을 가득 남긴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넘쳐버린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관람을 상당히 망설였는데,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아까운 영화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전달하는 방식이 고루하다. 영화적인 연출이 부족했고 이야기는 괴담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예상 가능한 결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며 '뉴'노멀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그저 '노멀'하다. 피해자의 고통을 전시하는 장면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