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워 프렌드>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 감독의 영화 <아워 프렌드>는 11월 22일 개봉했다. 미국 에스콰이어 매거진에 기고된 세 친구의 우정을 다룬 매튜 티아구의 실화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다코타 존슨, 케이시 애플렉, 제이슨 세 걸이 출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라면 이 친구에게 이만큼의 우정을 건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우정이 빛난다.
두 딸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니콜과 맷. 어느 날, 니콜이 암선고를 받게 되며 점차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의 오래된 친구인 데인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니콜이 병원에 입원해 암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데인은 두 사람 대신 집에 머물면서 빨래와 설거지, 집안 청소, 아이들 등하교시켜 주기와 같은 집안일을 도와준다. 데인은 힘든 항암치료로 인해 날카로워진 니콜과 지친 맷의 뒤를 든든히 지켜준다. 그리고 다 함께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며 그녀의 마지막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줬던 니콜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머리를 염색하는 등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행해 나간다. 지금도 두렵지만 늘 나중으로 미뤘던 일들을 '지금' 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즐거움'이었다. 당연하게 찾아올 이별이지만 이별을 슬픔으로 채우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즐거움으로 채우며 조금씩 이별을 맞이하고 있었다. 조금씩 다가오는 이별의 형태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나도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보기 전에 느꼈던 감정은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나도 너에게 그런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한 사람의 의지로는 될 수 없는 관계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세 친구의 관계가 끈끈할 수 있었던 건 신뢰에서 오는 든든함이었다. 누군가가 지쳐 쓰러졌을 때,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실화라는 게 믿기지 않는 영화의 이야기는 내 주변에 형성되어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우선적으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친구에게 돌려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나도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나도 친구에게 그런 친구가, 친구도 나에게 그런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할 수 있을 때, 해보자.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세 사람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주제가 강조된다. 어두운 삶의 고난을 우정의 힘으로 채워가는 따스한 연출이 돋보인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더욱 극적이게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는 신파를 이용하는 대신 담백한 감정 표현을 영화에 담아냄으로써 더욱 실감 난다.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더욱 감동적이게 만들었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슬픔을 강조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영화는 암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세 사람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유쾌한 부분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면서 감동과 위로를 선사한다. 변화로 인해 더욱 끈끈해진 부부 관계는 지난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삶의 끝이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