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시사회 리뷰
고에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16번째 장편영화 <괴물>은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자 각본상 수상작으로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 집필하고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맡아 더욱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영화를 관람하기 전 어떤 정보도 접하지 않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영화를 있는 그 자체로 보면서 무엇 때문에 누군가를 괴물이라 규정지었는지 생각해 보면 더욱 재미있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는 영화 <괴물>은 11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맘, 사오리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예측한다. 사라진 운동화 한 짝, 갑자기 자르는 머리, 텀블러에 담긴 흙탕물,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는 등 아들의 이상 행동을 본 사오리는 급격히 심각해지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 미나토를 추궁한다. 호리라는 선생님에게 "너의 뇌가 돼지 뇌랑 바뀌어 네가 괴물이 되었다'와 같은 언어폭력과 귀를 잡아당기는 신체 폭력까지 당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학교에 찾아가 미나토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따져 물었지만 미적지근한 학교의 태도에 화가 난 사오리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가정, 학교, 친구.
이어 호리 선생님의 시점으로 영화는 방향을 튼다. 미나토가 말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들이 눈앞에 펼쳐지며 의도치 않았던 상황으로 흘러갔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학부모인 사오리가 호리 선생님을 폭력 선생으로 몰았고 학교를 그만두게 만든 상황이 1장이었다면 호리 선생님이 마주한 미나토의 모습이 2장이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다면 달라졌을 상황이 침묵을 유지하다 결국 상황을 악화시킨다. 같은 반 친구인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힌다고 생각했던 호리 선생님의 말은 과연 진실일까. 누구도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내용이 2장에서 밝혀져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곧이어 3장은 미나토와 요리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왜 1장과 2장에서 미나토가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나온다. 둘만 알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혼란과 격동의 언저리에 놓인 감정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사정과 가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가해한다. 그리고 그 사건은 미나토와 요리, 두 소년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특히 요리에게 가정 폭력을 저지르는 아버지와 학교 폭력을 주도하는 동급생들은 어느샌가부터 배제된다. 학교의 무관심 때문인지, 알리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의 의도인지는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온전히 가해를 저지르는 이는 어느새 뒤편으로 사라지고 순간의 잘못을 저지르는 이에게 '괴물'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일련의 사건이나 괴물이라는 단어는 미나토와 요리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혼란스러운 시기에 마주하게 된 여러 가지 말들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과 그로 인해 내면을 감추려 시작한 거짓말이 많은 이들의 운명을 바꿔 놓은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런 복잡함을 위로하듯 꾹 참았던 숨을 묵직하게 뱉어내며 또 다른 이에게 위로가 된다. 순간순간의 행동과 말들이 또 다른 결과를 맞이한다는 게 참 씁쓸했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가해는 우리 모두를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되게 만든다.
괴물이라는 화살.
시점마다 달라지는 입장의 변화를 통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은 눈앞에 놓인 사실을 판단하려 하지 타인이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지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왜곡된 진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여러 가지 추측이 모인 자극적인 말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보다 그럴듯한 소문이 판단을 쉽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과 점차 멀어지며 가해자는 피해자로, 피해자는 가해자로 위치가 변하게 된다. 상황을 보다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당연한 사실 같지만 소문에 의존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말하기 전에 수만 번의 생각을 거쳐야 하며 사실에 추측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나 또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른다. 더 이상은 괴물이라는 화살을 서로에게 돌리지 말아야 한다.
관점마다 달라지는 이야기의 노선.
영화는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사건을 세 가지의 시선으로 분리해 정확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단편적인 이야기의 조각들이 점차 맞춰지며 하나의 큰 틀을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좁아졌던 시야가 점차 넓어지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의 진실은 여러 면을 보자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괴물이 누구인지 찾으려 했던 어떤 물음은 이미 답을 확신하고 있었던 관객들에게 날카롭게 꽂힌다.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편견을 쌓아 간다. 가해자를 찾던 화살이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며 누가 괴물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들 중에 괴물을 찾으려 했던 나의 추측은 빗나갔다. 인간은 나와 다른 존재를 ‘괴물’로 취급하려 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결국 타인을 괴물로 단정 지으려 했던 그 생각이 '괴물'인 것이다.
인정할 수 없는 마음의 넓이.
영화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인물들의 관계를 섬세하면서도 촘촘하게 담아내었다. 전적으로 관객에게 생각을 맡기며 명확한 답을 설명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그뿐만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며 생각할 여지를 충분히 주어준다. 그 부분을 비난하지 않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인상 깊다. 좋은 각본, 좋은 연출, 좋은 음악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크게 어른의 사정과 아이의 사정으로 나뉘며 시점은 4갈래로 나뉘는데, 그 과정을 풀어내며 관객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던 사건을 다른 시점에서 마주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리고 미나토와 요리의 관계에서 영화 <클로즈>가 생각이 났다. 가장 친한 친구 이면서도 또래 친구 사이에서는 그 관계를 비밀로 한다는 점이었다. 감독이 '괴물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감정과 행동들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 시작할 때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라고 전했던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넓이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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