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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03. 2023

시선에 의해 한없이 움츠러드는 누군가의 뒷모습.

영화 <클로즈> 리뷰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말하지 못한 것들을 영화를 통해 드러내는 영화 <클로즈>를 소개하려 한다.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회에서 규정하는 것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는가를 생각해 보면 쉽게 말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다름이 불평등의 조건이 되고 다양성이 당연한 불편함으로 여겨지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익숙한 두 소년과 낯선 공간

사소한 대화를 나누고 특별한 모험을 공유하는 레오와 레미. 익숙한 공간에 들러 대화를 나누고 위로하고 힘이 되어준다. 그렇게 없어서는 안 될 서로를 의지하며 학교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사회의 시작점이자 낯선 것들로 가득했고 둘만 있으면 충분했던 공간이 넓어지며 '다름'을 감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둘의 사이를 의심하는 친구들로 인해 레미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레오. 또한 전에는 하지 않았던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며 점점 더 멀어진다. 그 행동에 의해 레미는 상처를 입고 그 모습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균열의 시작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오해는 관계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할 정도의 균열을 일으킨다. 그렇게 시작된 거리감은 이상을 함께 좇던 두 소년 간의 큰 간극을 만들어낸다. 연했던 일들이 어느새 무뎌지며 드러내는 변화는 늘 나누었던 진솔한 대화보다 숨겨둔 감정의 앙금이 격렬한 몸짓으로 폭발하게 만들었다. 직접적인 대면을 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나누어야 할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실에 가려지고 말았다. 쉽게 꺼낼 수 없는 말들은 미성숙함에 의해 더 서툴게 표현되는데, 어떤 관계를 막론하고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순간을 먼저 깨닫는 이에게 상실의 상흔이 짙게 남고 말았다. 이것은 단순히 서운한 감정이 아니었다.



멀어지는다는 것.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친구와 멀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타인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죄책감은 어떤 사건에 의해 가혹하게 크기를 키워간다. 어째서 내면적 성숙은 짙은 흉터를 남기고 나서야 이루어지는 걸까. 여전히 레미의 감정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레오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또한 조금 느리지만 타인에 의해서 감춰둘 수밖에 없었던 감정을 받아들이며 표현하는 레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하루를 견뎌내며 마주하지 않으려 했던 상실을 받아들이며 어긋난 과거를 뒤로 하고 당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감정에 대한 이야기.

관계의 의심에서 시작된 감정의 균열을 그린 영화 <클로즈>는 급격히 일어나는 사회화로 인해 본래 가지고 있던 것들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서 다룬다. 그들의 관계를 정의하려는 시도에 의해 시작된 변화는 상실을 불러일으켰고 상실은 깊은 상흔을 남겼다. 처음엔 '감정'을 통해 전개가 되다 보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아쉽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나 곱씹어보니 애써 부정하려 했던 감정이 그대로 보였다. 레오가 느꼈던 감정은 나의 감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몇 번을 곱씹고 나서야 소년의 상실과 죄책감,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 전개보다 소년의 감정에 집중하는 연출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보편적인 사회 통념에 대하여.

우리가 처음으로 사회화를 이룰 수 있는 곳은 바로 학교이지만 '다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주어진 성역할과 다른 행동을 하게 되면 '낙인'이 찍히고 만다. 왜곡은 쉽게 만들어지지만 정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서는 참 두려운 일이다. 극 중 레오가 거리를 두기 위해 시작했던 아이스하키는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는 수단이 된다. 기존에 레오와 나누었던 '감정'보다는 '이성'에 의한 논리를 추구하게 되며 더욱 멀어지게 되는데, '게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단절'을 택하게 된 것이다. 사회에 의해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얼마나 비통한 것인지를 감정을 통해 잘 표현해 낸다.



처음 영화를 접했을 때는 비극적인 상황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영화를 들여다보며 '감정'에 집중을 하다 보니 조금씩 다른 것이 보였다. 바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부터였다. 이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그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다 다르다.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는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잘 들여다보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영화를 볼 때,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에 주목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니 집중하며 관람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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