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형에 이르는 병> 리뷰
영화는 구리키 리우의 원작 소설 <사형에 이르는 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화제작이다. 해당 영화로 아베 사다오는 제46회 일본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제65회 블루리본상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가 돋보이는 시라이시 카스야 감독의 영화 <사형에 이르는 병>은 11월 29일 개봉했다. 영화의 특정 장면에서 살인범의 범행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장면이 있으니 관람에 유의 바란다.
우등생으로 모든 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랐지만 삼류대학 법학과에 진학 후 하루하루 아웃사이더로 살고 있는 마사야. 어느 날, 편지 하나를 받고 편지를 작성한 이를 찾아간다. 그는 바로 24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인 하이무라 야마토였다. 24번의 살인 중에 단 한 건의 살인을 부정하며 그 사건에 한정하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자신은 상당히 면밀히 관찰하여 주요 타깃을 설정하고 신뢰 관계를 쌓은 뒤 고통을 선사하는 재미를 보았기 때문에 마지막 피해자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라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마사야 군과 이야기하면 평범한 사람이 된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며 마사야를 다정하게 쳐다본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 마사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의 말은 신빙성이 있었지만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기분을 애써 떨쳐내고 구치소를 나선다. 내심 신경이 쓰였던 건지 변호사를 찾아가고 조수로서 해당 내용을 검토하게 된다. 사건 전체를 파악하는 동시에 그가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 올려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파악한다. 피해자들의 공통점, 손톱 까지도. 그중에 단 하나 ‘성인’이자 ‘자신이 살해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하이무라의 저택 근처에서 발견되었으며 이전의 피해자들과 달리 시신이었고 손톱도 온전했다. 하이무라의 범행의 텀은 90일-100일인데, 마지막 범행 한 달 뒤에 발생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의심할 여지가 충분했다. 그렇게 하이무라가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살인을 했는지 파악하게 된다. 시신이 발견된 사건 현장으로 가보는데, 큰 소동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사건현장의 흔적을 마주한다. 과연 진짜 그날의 범인은 누구인 걸까.
하이무라 야마토는 자신이 정한 규칙에 따라 살았다. 베이커리를 운영하던 그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했다. 그리고 정해진 연령과 타입의 사람을 골라 정해진 방식으로 유인했으며 집으로 데려와 정해진 방식으로 괴롭히고 정해진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어느 날, 23명의 소년 소녀와 1명의 여성의 살해혐의로 체포했다. 도망친 피해자에 의해 죄가 밝혀졌지만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자만으로 인해 밝혀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전과 같이 완벽하게 범행을 저질렀다면 체포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무려 24건의 살인을 저지른 흉악한 연쇄살인범 야마토는 단 9건의 살인사건 혐의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하이무라가 쌓아온 신뢰는 두터웠다.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도 미움을 사기보다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모습을 보인다. 분명 극악무도한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웃은 그가 살인범인지 몰랐을 것이며 그를 숨겨줄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이무라를 조사하며 그에게 점점 동화되는 마사야는 은연중에 하이무라에게 휘둘리기 시작했다. 아마 이 일이 끝나도 하이무라의 눈, 표정, 그리고 말까지 그를 맴돌지도 모른다. 맞는 것도 아니게, 아닌 것도 맞게 만드는 그의 설득력은 이성을 잠재우고 감정이 살아나 온몸을 뒤덮었다. 하지만 이내 진실을 마주하며 마지막 선택만이 그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그가 바라던 대로의 결말을 맺을 것인지, 그 운명을 벗어나 자신의 선택을 할 것인지는 그에게 달렸다.
영화와 책의 차이점.
영화와 책은 기본적인 설정이 공통적이지만 상당 부분 차이가 있었다. 우선 하이무라는 미남자라고 표현되지만 영화는 그렇지는 않다. 또한, 이야기 전개 순서가 좀 다르게 배치되면서 하이무라의 과거가 풀리는 시점도 달라졌다. 그 시점이 달라지면서 살인마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그리고 배치가 달라지며 극적인 부분이 더욱 부각돼서 영화의 배치가 더욱 깔끔하게 느껴진다. 다만, 책의 세밀한 감정 묘사가 영화에 그대로 드러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마사야가 왜 하이무라에게 빠져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과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이 이미 잠재해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아서 이해가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사야가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해당 내용을 알고 있어야 영화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커질 것 같아 아래에 설명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로 옮기다 보니 책의 세밀한 묘사를 영화에 다 옮겨 내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마사야는 어린 시절부터 영특해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위치를 마주하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외아들의 성적은 자랑거리였으나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담감으로 인해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자연스레 집에서 검정고시와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준비하게 됐고 삼류대학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또한 부족하다 느꼈던 아카리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며 자신에 비해 친구도 잘 사귀고 그때보다 훨씬 뛰어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열등감을 느꼈다. 모두가 삼류대학에 다니는 자신을 바라봤지만 하이무라만큼은 성실하고 똑똑한 그때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하이무라에게 스며들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그의 눈을 더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해당 영화의 원작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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