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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an 09. 2024

코르사주: 고독한 황후의 자유.

영화 <코르사주> 리뷰


영화 <코르사주>는 2022년 12월 21일 개봉한 영화로 제75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최고의 연기상 수상작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엘리자베트 폰 카델바흐 황후의 전기 영화이며 그녀의 일대기가 아닌 중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19세기 유럽 황실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음울한 모습을 통해 억압과 고독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이다. 시대를 초월하여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황후라는 무게.


187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유명하지만, 궁정 생활의 갑갑함과 남편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무관심 속에서 고독을 느낀다. 자유를 갈망하는 그녀는 궁전을 탈출하여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녀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지만, 동시에 궁정 생활의 압박과 자유에 대한 갈망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황후라는 무게는 엘리자베트에게 끊임없는 굴레였다. 1킬로그램의 머리카락을 이고 우아하게 앉아 있어야 했고,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식단을 지켜야 했다. 궁궐에만 있으면 늘 아팠던 몸은 궁을 떠나 휴식을 하며 곧바로 나아졌다. 그래서 엘리자베트는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단발머리를 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며 황실의 규칙과 전통에 맞서 자유를 갈망한다. 과연 그녀의 자유로운 삶은 허용될 수 있을까?



영화와 다른 역사적 사실


16세의 나이에 엘리자베트는 프란츠 요제프와 결혼을 하게 된다. 원래 프란츠 요제프의 신부 후보는 엘리자베트의 언니 헬레네였다고 하는데, 맞선을 보는 날 어머니와 언니를 따라온 어린 엘리자베트를 보고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신한 며느리를 원했던 조피 대공비는 자유분방한 엘리자베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요제프를 말릴 수 없었던 탓에 둘의 결혼을 허락했다고 전해진다. 황후라는 자리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엘리자베트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신이 자유분방하게 살아왔던 바이에른과 전혀 다른 오스트리아 제국의 엄격한 황실 예법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덩달아 시어머니가 된 조피 대공비와의 갈등, 남편 프란츠 요제프의 무관심으로 인해 더욱 결혼생활이 쉽지 않았다. 엘리자베트는 결혼 후 4명의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그들에게 철저히 무관심하게 됐다.


첫째 딸 조피가 태어나자마자 묻지도 않고 시어머니인 자신의 이름을 따 이름을 붙였고 모유수유도 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한다. 이에 엘리자베트는 첫째 조피와 둘째 기젤라를 헝가리 여행에 대동했고 두 아이는 고열을 앓게 되고 조피가 사망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엘리자베트는 아이들에게 완전히 손을 떼고 시어머니에게 전적으로 맡겼다고 한다. 조피 대공비는 그렇게 기젤라와 루돌프의 양육을 담당하면서 루돌프가 장차 황제가 될 몸이라고 이유로 7살 때부터 보육교사에게 가혹한 교육을 받게 되었고 동시에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유년 시절을 보냈다. 기젤라 또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서 평안한 인생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반면, 루돌프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심했으며 사랑 없는 결혼과 마이어링 사건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넷째, 마리 발레리는 유일하게 엘리자베트의 손으로 육아를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아꼈다. 정작 발레리는 그 관심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기젤라와 루돌프는 깊은 우애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어머니의 편애로 인해 다른 형제들과 가까워질 수 없었다.)



진정한 사랑은 없다. 타인 안의 자기 욕망을 사랑할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사랑해 주는 이를 사랑한다.


영화는 엘리자베트의 내면을 표현하는 서정적인 음악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담은 영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엘리자베트의 궁정 생활과 자유로운 여행을 대비시키는 색감과 공간 구성도 인상 깊다. 또, 종이 질감의 책을 넘기는 것처럼 그녀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루다 보니 전개가 다소 느리게 진행된다.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녀의 내면에 스며들기엔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한 사람의 생애를 다 표현하기엔 영화의 상영시간은 체감상 상대적으로 짧은 것처럼, 혹은 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때와는 다른 길이라는 선택지.


영화 <코르사주>는 파격적인 각색을 선택하여 일반적인 전기 영화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불행한 생애를 살았던 한 여성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시대를 뛰어넘어 진정한 자유의 주인공이 되고야 마는 한 여성의 이야기로 거듭난다. 원치 않은 삶을 살아가는 엘리자베트는 궁이라는 공간처럼 폐쇄성을 지니고 있다. 자유 분방했던 엘리자베트가 궁전을 끊임없이 벗어나고 여행에 나섰는지에 대해 중점을 둔다. 물론 실제 역사와 영화 <코르사주>에는 많은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해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어디에도 주어지지 않은 그녀에게 자유의 선택권이 있다면 어땠을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아마 그녀는 바로 궁 밖으로 나가 자유를 만끽하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영화는 전체적으로 엘리자베트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자유를 갈망하는 그녀의 내면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영화 속 엘리자베트 황후는 시대적 한계를 넘어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으로 묘사된다. 이는 관객들에게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고, 현대 사회에서 자유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추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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