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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Feb 09. 2024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으로 떠날 자유를 위한 여정.

영화 <소풍> 리뷰.


김용균 감독의 <소풍>은 2024년 2월 7일에 개봉한 영화로 60년 만에 재회한 세 친구의 우정과 삶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이 세 배우의 자연스럽고 연륜 넘치는 연기가 돋보이는데, 특히 그들의 케미스트리는 영화의 킬링 포인트이다. 이 조합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며 관객을 매료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더욱 몰입하게 되는 연출이 인상 깊다.



누군가에겐 숨기고 싶은 비밀.


요즘 은심의 눈앞에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했던 추억이 아른거린다. 추억에 젖어 들 틈도 없이 찾아온 아들 내외는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아들은 여러 번 사고를 치고도 또다시 손을 벌리는 염치없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도 이 집만큼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했고 아들에게도 더는 도와줄 수 없다고 선언하며 가출을 감행한다. 오랜 친구이자 사돈이 된 금순과 함께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고향 남해에 내려가자고 제안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행복한 시간.


금순과 함께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은심은 고향 남해의 풍경을 보며 추억에 젖어든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을 짝사랑하던 태호를 만나 들뜨는 기분을 숨길 수 없었다. 물론, 저를 반기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신을 대신해 싸워주는 친구들이 있으니 괜찮았다. 그렇게 다시 만난 세 사람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안부를 전하고 저마다의 고민을 나눈다.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지만 털어놓을 수 있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나누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 지금 이대로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세 사람이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떠나는 소풍.


하나둘씩,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자신의 차례가 다가온 듯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을 훑으며 조금씩 정리해 나간다. 그러던 중, 이민했다고 들었던 친구의 근황을 듣게 되면서 충격에 빠지게 된다. 생기가 사라진 채, 여기에 들어올 생각하지 말라는 친구의 말과 성치 않은 몸을 마주하며 존엄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식에게 부담을 줄까 봐 혹은 요양원에 들어가야 할까 봐 걱정하게 되는 자기 모습을 보면 이 상황이 더 괴롭다. 병들고 아픈 이 몸이 더 이상 못 움직이기 전에 '소풍'을 떠나기로 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세상에는 당연한 사랑도 영원한 삶도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세 사람의 모습도 보여주지만, 그들의 자녀들을 통해 아픔을 나열한다. 영화 속의 부모들은 자식 생각만 하면 전전긍긍 걱정이 된다.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서 벌어지는 사고는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평생의 짐으로, 내면의 깊은 상처로 자리 잡아 또다시 상처를 입힌다. 자식은 각기 다른 모습과 태도를 하고 있지만 일부 자녀들은 부모가 고려 대상이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또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를 깨닫고 난 후는 너무 늦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는 구간이었다.



반가우면서도 아픈 공간.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인 만큼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그대로인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단 하나, 이 마을에 리조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당혹스럽다. 이곳은 은심에게 있어서 상처가 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행복한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했다. 리조트가 들어서게 되면 마치 자신이 이곳에 살았다는 흔적을 사라지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는 것은 은심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돈의 가치를 물론 알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하지만 저마다의 정리를 하는 친구들과 어려움을 겪는 자식들을 보면서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진정한 자유를 위한 채비


우리의 미래가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을 고려한 영화나 시스템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심지어는 주변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 키오스크만 봐도 그렇다. 노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이다. 청년인 나도 가끔 버벅거릴 때도 있고 뒤에 사람이 많아서 난감할 때도 있는데,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쓰면 얼마나 힘이 들까.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어서인지 주변 인물 혹은 조연이 아닌 이상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법이 없다. 노인이 중심이 되는 영화가 많이 나와 또 다른 새로움을 전달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모습의 어른이든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는 무시할 수 없다. 지금 시대와는 또 다르겠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큰 어른이 현재 시대에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 친구의 여정을 통해 노년의 삶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며, 그들이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와 갈등을 통해 노년기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들이 경험하는 삶의 여러 측면은 독자들에게 노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노년기가 단순히 쇠퇴의 시기가 아니라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시기임을 알려준다. 영화는 타인의 상처를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삶을 그 자체로 존중해 주는 사람을 대비한다. 하지만 불필요한 논쟁은 최소화하고 사회적 윤리와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세 친구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진정한 우정과 자기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감명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을 유도한다.


살다 보면 삶은 늘 정리의 순간인 것 같다. 입학과 졸업, 입사와 퇴직, 삶과 죽음. 이러한 단어처럼 정리하고 채비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도전의 연속이다. 사람은 무엇보다 안주하고 싶어 하는 성질이 있어서 도전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지만 해내고야 만다. 그렇게 힘든 여정을 거치다 보면 자신이 떠나야 하는 순간을 알게 된다고 한다. 내가 가야 할 때를 안다는 건 어떤 기분인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간밤에 안녕이라고 했던가. 한순간에 달라지는 노인의 모습을 보면 선택이 정말 이해가 갔다.


의료 기술이 발달했고 그에 따라 기대수명 또한 길어지면서 자연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존엄사는 말 그대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죽을 수 있게 하는 권리를 말한다. 말 그대로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윤리적 쟁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는 신중한 태도로 조심스럽게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보다 노골적이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며 존엄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고령화사회가 현실이 된 이 사회에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때가 아닐까. 영화 속에서는 존엄사에 대한 집중적인 이야기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서 아쉬웠다. 때론 이러한 생각이 인생은 허무하다는 결론으로 다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소풍을 떠나듯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영화의 연출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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