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이 디셈버> 리뷰
토드 헤인즈의 <메이 디셈버>는 2024년 3월 13일 개봉 예정이다. 나탈리 포트만과 줄리앤 무어의 주연작으로 제76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기도 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사회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예측 불가능한 흐름으로 이어져 파격적인 이야기 전개가 인상 깊은 영화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해당 영화는 2024 롯데시네마에서 기획된 아카데미 기획전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관람한 영화이다.
엘리자베스는 배우로서 실화 기반 독립 영화의 배역 준비를 위해 조지아주 서배너를 찾는다. 엘리자베스가 연기하게 될 실존인물은 그레이시 애서턴유이다. 그녀는 1992년, 아들의 친구이자 연인인 23살 연하 조 유와 성관계를 가진 것을 이유로 화제가 되었고 그로 인해 감옥에도 다녀왔다. 23년이 지난 현재 그레이시와 조는 결혼한 상태이며,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캐릭터 연구를 위해 한동안 서배너에 머물며 사건 당시의 주변인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과거를 파헤치며 시작되는 질문의 균열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녀가 그들 사이에 들어갈수록 그들의 간극은 점차 벌어진다. 은연중에 잠재되어 있던 불안을 표면 위로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각기 다른 시기에 겪는 문제이지만 그 간극 때문에 혼란을 겪기 시작한다. 분명 주인공과 동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으로 인한 이질감이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그것에 개의치 않고 끊임없이 파고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늘 불안을 감싸안던 이가 느끼게 되는 불안은 그 이상의 혼란을 가져온다. 모든 선택이 자신에게 큰 결과를 가지고 오겠지만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처럼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흐름으로 흘러간다. 애벌레가 마침내 변태하여 나비가 된 것처럼 그 또한 완전한 모습으로 변태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회에 속해있는 인물을 바라볼 때, 자신의 잣대로 바라보면 편견으로 장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굉장히 어려웠다. 스스로가 이 사랑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와 성인과의 사랑에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주류 사회의 습성을 반영할 수 있을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기준에 따라 미성숙한 미성년자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의사결정권을 줄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판단'을 맡기지 말고 그저 보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기준과 규범에 대한 진실성이 과연 누구에게서 온 것이냐고 묻는다.
영화는 20년 뒤의 모습을 보여주며 각기 다른 인물들을 통해 그레이시와 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냈다. 완성된 영화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레이시가 마치 자신인 것처럼 굴었던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될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그리고 당사자와는 상관없이 왜곡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왠지 불안해지기도 했다. 그들의 과거를 파헤치며 충격적인 사실도 밝혀지는데, 그 관계에 대한 이해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완전한 이해로 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레이시는 마치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면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굴어서 좀 거부감이 들었다. 과거의 행적과 대비되는 훈계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겪었기 때문에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은 알겠으나 그의 이중잣대는 그와의 간극을 더욱 넓혀간다. 실화 만으로도 충분히 좀 거부감이 드는 탓에 영화를 보고 나서 리뷰를 쓰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들이 사회적, 도덕적 비난에도 사랑을 쟁취하는 모습에 감탄했지만 도저히 볼 수 없었던 영화였다. 그들의 나의 이해를 구할 필요는 없지만 나에게 이해를 바랄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혼란과 불안감으로 가득 찼던 영화였기 때문에 또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