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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r 05. 2024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만 하는 생존의 척박함.

영화 <로기완> 리뷰


김희진 감독의 <로기완>은 3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이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다. 삶의 터전에서 생존하기 위한 삶 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들이 겪는 고통과 역경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강인함과 희망의 소중함을 깊이 고민하게 된다. 원작 소설과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하면서 영화를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


탈북자 로기완은 벨기에라는 낯선 곳에서 정착하기 위해 난민 신청을 하게 된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탈북자임을 증명할 여러 가지 서류가 필요했고 정착 지원금을 노린 탈북민을 가장한 조선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여러 가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살아가기 위해 급급했던 기완이 삶의 이유를 잃은 마리를 만나게 되며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누군가를 위한 마음은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투영되며 영화 속에서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로기완'과 '마리'를 중심으로 표현된다. 


로기완


로기완에게 있어서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인물 중 하나인 어머니이다. 삶과 죽음 앞에 놓여 방황을 하게 되지만 기완의 외삼촌인 은철 덕분에 벨기에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벨기에로 정착하기로 했으나 마리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추후에는 서로가 삶의 이유가 되어주지만 첫 만남부터 악연으로 얽히게 된다. 그렇게 마리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게 되고 그곳에서 선주라는 인물을 만난다. 그리고 선주라는 인물은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배신하는 결과를 맞이했지만 로기완의 난민 신청에 큰 기여한 인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을 위한 마음과 용서 그리고 안위까지 생각하는 모습이 타국에서 만난 사람의 마음이었다. 철저한 선이나 악의 모습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마리


벨기에 국적을 가진 사격선수지만 오랜 투병 생활 후 세상을 떠난 어머니로 인해 삶의 이유를 잃은 마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망가뜨린다. 보편적으로 안정적인 삶이라 볼 수 있는 그녀에게도 충족되지 않는 결핍이 존재했다. 벨기에에서 바를 운영하는 인물인 씨릴로 인해 불법적인 일에 계속해서 연루된다. 그러다 만난 로기완으로 인해 안정을 찾다가도 과거의 일에 발목을 잡힌다. 아버지 이윤성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방황을 지속했고 그에 따라 자신을 망가뜨리게 된다.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던 그녀의 앞에 나타난 로기완은 삶의 이유도, 자신의 모든 것도 바꾸어 놓았다.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자연스레 풀린다.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사랑과 희망.


영화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의 관계를 연결 짓고 삶의 불안정성과 위태로움을 표현한다. 이방인이라는 단어를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하면서 떠나지도, 정착하지도 못하는 사람과 안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삶의 위태로움에 방황하는 사람과의 사랑을 연출한다. 영화에서 이방인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로기완은 탈북자로서 벨기에의 낯선 땅에서 철저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언어, 문화, 사회 시스템 등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만 정착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마리는 벨기에 시민으로서 모든 것이 익숙한 듯 보이지만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간다. 낯선 땅에서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삶의 이유가 되어준다. 



원작과의 차이.


'로기완'이라는 인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이루어졌던 원작 소설과는 다르게 영화는 많은 부분을 각색했다. 다큐멘터리 작가가 로기완이 기록한 일기를 통해 그의 자취를 더듬 하는 구조로 이루어졌던 소설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일부 캐릭터와 이야기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마리라는 인물을 추가하여 '로기완'과 '마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둘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소설에서 '로'가 이루고 싶었던 사랑을 이루어 주기 위함일까. 마리는 어머니를 위해 살아가던 그가 보다 더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만들며, 삶의 이유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만드는 존재가 되어간다. 시점에도 변화가 생겼다. 소설에서는 '나'라는 인물이 로기완이라는 인물의 흔적을 좇으며 로기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지만 영화에서는 '로기완'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보다 직접적인 표현이 가능해졌지만 오히려 간접적인 느낌으로 인해 로기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게 되었다. 삶의 희망을 찾아줄 사랑이라는 소재가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존재의 의문과 해당 인물 간의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지 못한다. 새로운 인물들과의 갈등, 그리고 화해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다루어졌다면 관계의 설명에도 '로기완'이라는 인물에도 더욱 집중할 있었을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삶의 어려움과 희망.


<로기완>은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안정과 불안정, 정착과 방황 등의 상반된 요소들을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삶의 의미를 탐구하며, 새로운 캐릭터와 시점의 변화를 통해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방인으로서 겪는 일을 조금 더 잘 다루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모습은 좋았으나 사랑에 대한 소재가 잘 스며들지 않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로기완>은 삶의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사랑과 희망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원작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



https://mindirrle.tistory.com/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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