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리뷰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는 1962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이다. 죽기 전까지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중 하나에 선정되는 등 뛰어난 작품성을 드러낸 작품이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영화 중 한 편으로 감독의 뛰어난 연출과 섬세한 감정 표현은 파리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클레오의 내면 감정의 흐름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그녀의 종착역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생각하며 관람하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짧지만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은 감정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자.
암 진단 결과를 기다리던 클레오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타로 카드 점괘를 받게 된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확신이었으나 미신에 기대어 판단하게 되는 상황이 그녀를 오히려 불안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온갖 불안에 잠긴 클레오는 의사의 최종 진단결과가 나오는 시간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사실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그녀에겐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녀로 하여금 혼란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온갖 불안으로 잠재된 그녀가 파리 곳곳을 배회하며 애인, 피아니스트, 친구 그리고 군인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새로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어떤 마무리를 하게 될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그녀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너지고 만다. 달라진 자신과는 다르게 아무렇지 않은 이 거리가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평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장면들을 되새기고 음악 속에 파묻힌 목소리를 그냥 넘기지 않는다. 라디오 뉴스에 나오는 알제리전쟁의 참상을 듣는가 하면 검은 옷을 입으며 죽음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실체 없는 불안을 마주하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만다. 불행으로 스며들며 사람들의 말소리가 빼곡한 카페에서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애인, 친구, 피아니스트를 만나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운명을 결정짓는 일은 아무도 할 수 없음에도 그가 예견한 것처럼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의 불안을 해소할 단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유일하게 맞는 그녀의 점괘라고 해야 할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의 사랑도 포함되지만 예술의 아름다움이 그녀를 채워간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 속의 그림, 영화 속 내내 흐르고 있는 음악이나 무성 영화의 한 장면이 지나가며 인생의 여러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을 반영한 삶을 담고 있는 예술은 사람들이 그로 하여금 고통에서 해방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하다. 의미 없이 지나가는 장면이라 여겨지지 않을 만큼 희망적이며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 과정처럼 여겨진다. 특별한 것에 가려져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예술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클레오의 사랑과 예술처럼 어떤 미신과는 상관없이 계속 나아가야 할 어떤 삶으로 존재하길 바랄 뿐이다.
영화는 제목과 동떨어지지 않게 클레오의 5시부터 7시 사이의 이야기를 다뤄내고 있다. 도시의 풍경과 함께 흘러가는 그녀의 내면세계를 풍부하게 묘사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생동감 넘치는 파리의 풍경을 담다가도 그녀의 시선에 의해 보이는 것들을 담아내어 보이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삶과 밀착하는 과정을 거친다. 클레오의 감정적 여정을 따라가며 삶의 미묘한 변화와 결정적인 순간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영화의 아름다움에 빠지는 순간이다. 또한, 내면과 달리 흐를 시간의 풍경 속에서 우리의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