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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pr 01. 2024

잊을 수 없는 장국영, 영원히 기억될 명작 <패왕별희>

영화 <패왕별희> 리뷰.


4월 1일이 되면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패왕별희> <영웅본색> <해피투게더> <아비정전>여러 명작을 통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고 거짓말처럼 떠나버린 바로 장국영 배우. 그를 떠올리면 마음이 괜히 먹먹해진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제46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천카이커 감독의 <패왕별희>이다. 홍콩의 작가인 이벽화의 소설 <사랑이여 안녕>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영화 제목과 같은 경극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경극의 시작.


1924년 베이징, 옌홍은 자신의 아들을 경극 학교에 맡기기 위해 길을 나선다. 하지만 6개의 손이라 받아줄 수 없다고 거절당했고 예홍은 더우쯔의 손한계를 잘라내어 다시 돌아갔다. 결국 관사부는 더우쯔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더우쯔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경극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더우쯔와 그를 돕는 스터우는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 패왕별희의 주연까지 꿰차게 된다. 점점 심해지는 훈련의 강도와 제대로 하지 못하면 심한 체벌을 받게 되는 이 훈련은 가혹행위와 다름없었지만 당연했고 그들을 성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계속된 실수와 연대 책임의 경극 학교, 더 나아가 최고의 경극 배우가 되기 위해서 마지막 관문이 남은 상황에서 과연 무사히 공연을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 태어나서 계집아이가 아닌데.



경극의 전성기와 침몰.


시작이자 뎨이의 비극이 된 경극은 그에게 떼놓을 수 없는 것과 같았다. 유년시절에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남성성을 버려야 했고 청년시절에는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했다. 하지만 경극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계속해서 변화했고 그때마다 시대에 편승하여 그 자리를 유지했다.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함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수많은 희생이 뛰따르고 있었다는 것을 잊은 걸까. 완벽한 연기를 위해 학대가 당연시되었으며 경극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접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화려할수록 속이 텅 빈 무언가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안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겉모습을 치장할수록 그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안타까움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살아남기 위해 했던 일들이 결국 그들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당대 최고의 경극으로서 사랑을 받았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화려함의 침몰이었다. 새로운 시대는 열렸지만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누군가는 도태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무상해서 봄날과 같다고.


영화는 시대에 따라 흐름을 달리하고 있다. 중일전쟁, 국공내전, 공산당 집권, 문화 대혁명이라는 굵은 줄기 앞에 놓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비극은 어디에 몸을 뉘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저항하지 않고 휘청이던 이들은 옛날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게 옳지 않은 일이라 해도 다수의 의견, 그리고 인민재판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배신으로 얼룩진 영혼들은 일그러진 역사와 함께 수면 밑으로 가라앉게 되었다. 또, 그 과거는 되돌릴 수 없는 것과 같아서 이 이야기의 결말을 맺지 않으면 계속해서 비극이 이어질 것도 같았다. 봄날과도 같았던 그 시간 속의 추억들은 되돌아보면 되돌아볼수록 그 어린 시절의 겨울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패왕별희와 뎨이의 운명.


영화 <패왕별희>는 초한전쟁 당시 초패왕인 항우와 우희의 이야기를 다룬 경극 <패왕별희>을 그대로 따와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하며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 영화에서는 겉의 화려함을 통해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사랑의 모양새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어 더욱 비극적이게 다가온다. 특히 패왕별희의 우희 역을 맡은 '더욱쯔' '청뎨이'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지나 공허한 청년기를 보내는 모습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사랑이라는 마음을 표출하지만 끝내 닿지 못한 그의 외로운 마음은 시대적 한계와 단발성 쾌락을 통해 스스로를 망쳐갈 뿐이었다.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나라의 운명에 따라 달라지는 한 사람의 운명의 비극을 보여줌으로써 시대적 변화와 인간의 욕망 사이의 경계선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어쩌면 달랐을지 모를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처럼 사라져 존재한 것조차 존재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한번 웃으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한번 울면 만고의 수심이 가득하다오 모두가 당신을 위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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