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드레 May 05. 2024

이별부터 공존까지 멀지 않은 우리 사회의 일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6> 리뷰


한국단편경쟁 6은 4개의 단편 영화를 하나로 묶어내었다. <너에게 닿기를>, <작별>, <분리에 대한 중요한 발견과 그에 따른 몇 가지 불안>. <곰팡이>으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이다.



너에게 닿기를 / 오재욱 감독


여러 가지 수단으로 전달되는 말과 표정의 중요성.


반장인 수진이 의도치 않게 같은 반 청각장애인인 주연을 다치게 했다. 그로 인해 주연에게 찾아가 사과를 하려 하지만 주연은 그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수진은 '수화'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도무지 전달되지 않는다. 무표정 때문일까.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일까. 알 수는 없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었다. 오늘 안에 사과를 건네고 오해가 풀리길 바랄 뿐이다.


어떤 대상에게 말을 건넨다고 해서 나의 모든 말이 누군가에게 닿는 것은 아니다. 강요하는 것보다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다 알아봐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무언의 목적으로 인해 사과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너에게 닿는 그 순간은 어떤 ‘오해’에서 벗어나 다시 진심이 통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공유하는 건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말과는 다르게 말을 해야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작별 / 공선정 감독


상실의 순간에서 마주하는 진정한 작별의 모습


10월의 사고로 친구를 잃은 영주는 외상으로 인해 대학을 휴학했다. 그리고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중학생들에게 진로상담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영주는 치료와 봉사활동의 마지막 날을 앞둔 날이다. 영주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누군가의 슬픔은 그 자체로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우리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슬픔’이라는 감정에 굉장히 피로도가 높아졌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 대한 위로와 추모보다는 원인에 대한 책임이 우선시 된다. 정작 해결해야 할 것은 해결되지 않은 채, 상황과 추측만이 남아있다. 사회에서 수많은 슬픈 일들이 반감을 일으키는 일이 된 건 무엇 때문일까.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보다 ‘나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이별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분리에 대한 중요한 발견과 그에 따른 몇 가지 불안 / 전찬우 감독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연인이 외출한 사이, 모르는 남자아이가 집에 앉아있다. 텔레비전을 고쳐주면 가겠다고 말하는 아이,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순순히 텔레비전을 고친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 여자는 아이를 경찰에 신고하고 아이의 엄마를 기다린다. 늦은 밤이 되어 아이 엄마가 연인의 집에 찾아왔고, 아이와 다시 재회한다. 아이가 떠난 연인의 집. 두 사람은 아이가 남긴 텔레비전 사이에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시 재회한 아이와 아이 엄마는 연인의 집에 두고 온 텔레비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로가 중요해서 떨어질 수 없지만 함께 할 수도 없는 사이에 대한 어떤 정의를 보여주는 영화일까.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던 영화였다. 장면이 조각조각 연결되며 같은 시간 속 다른 대화는 더욱 희미하게 흩어진다.



곰팡이 / 박한얼 감독


채우려는 욕망에 잠식되고 마는 어둠의 아픔.


J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공감되지 않는 그 아픔은 더욱 그 상황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든다. 그러던 J는 배우자의 유골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곰팡이를 밥에 올리자, 곰팡이가 스스로 움직여 음식을 찾아간다. J는 곰팡이 핀 음식을 욕조에 넣어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곰팡이로 이루어진 어떤 형체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J의 상황이나 과거를 제대로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건 배우자의 존재는 J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곰팡이에 영혼이 스며들어 있는 듯 보였다. 자리를 옮겨가며 검은색 자국을 조금씩 넓혀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J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곰팡이가 핀 음식을 욕조로 옮겨 담으며 무언가를 만들고 그 속의 자신을 담근다. 그렇게 해서라도  비로소 하나가 되는 그 모습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일까. 진짜가 아닌 것에 빠져들게 하는 상실의 마무리가 참으로 무섭게 여겨졌다.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영화였다.



(점심시간에 보여주는 악랄한 시간표..)

매거진의 이전글 시시각각 달라지는 삶에도 나아가야 하는 우리의 이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