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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10. 2024

영화의 걸음수를 정의할 수 있다면.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정의되지 않는 것들> 리뷰


어떤 기억과 정의는 그 자체로 정의 내릴 수 없다. 끊임없는 고민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무엇일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은 이 수많은 정의되지 않는 것들을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월드시네마 부문,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의 <정의되지 않는 것들>은 누군가의 부재와 자신의 정의를 탐구하는 영화이다.



에바는 장편 영화를 편집하던 중 영화에 대한 열정을 잃어간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알 수 없고, 처음과는 달리 적당한 것에 안주한 자신이 좀 싫어진다. 그러던 중, 함께 영화 작업을 하던 친구 후안이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그의 죽음에도 시간은 흐르고 점차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공동의 작업물을 공유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그가 없는 현재가 더욱 암담하게 여겨졌다. 사람들과 슬픔의 감정을 공유하며 영화로 향하는 자신의 길을 다시 확인하고 그의 부재를 받아들이게 된다. 여전히 정의되지 않는 것들은 그녀를 맴돌지만 그 '정의'를 위해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하나의 대상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포착하고 특별하게 보여줌으로써 의미를 부여한다. 무의미하지 않은 형태로 탈바꿈하기 위한 어떤 노력들은 결코 그 자리에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그 일을 진심으로 바라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생각으로 자리 잡는다. 영화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과 애정을 단번에 마주할 수 있는 영화였다. 그 수많은 정의가 모여 누군가 바라던 형태로 자리잡지 못한다 할지라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어떤 연관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다 보면 정의 내릴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고민들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질지라도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고민의 소용돌이에 홀로 머물다 다른 사람과 그 마음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나은 부분을 마주한다. 일상을 공유하던 소중한 사람의 부재는 공간이 사라져도 기억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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