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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l 12. 2024

욕망의 결과물이 재난으로 돌아오다.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시사회 리뷰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를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만나고 왔다. 2024년 7월 12일 개봉한 이 영화는 제76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으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다. 대규모로 펼쳐지는 재난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안개가 짙게 깔린 공항대교,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 도로는 혼돈에 휩싸인다. 그로 인해 비밀리에 이송되던 군사용 실험견들이 탈출하며 불안감이 엄습한다. 국가안보실 행정관인 정원은 유학을 떠나는 딸 경민을 공항에 데려다주다가 앞선 차량들의 연쇄 추돌 사고 때문에 대교에 갇히게 된다. 그러던 중, 실험견들이 날뛰며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설상가상으로 실험견들을 포획하러 오던 헬기가 폭발 및 추락하며 대교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실험견들을 피해 붕괴 직전의 다리를 무사히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데, 과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재난은 인위적인 재난(人災)의 결과물이었다.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한 국가 프로젝트는 실패를 겪었고 예상치 못한 결과물은 직접적인 피해로 드러나 일반 시민들이 겪게 된다.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던 중 사일런스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고 이 재난의 원인이라는 것을 파악한다. 지극히 제한적인 정보는 더 큰 재앙을 불러왔고, 프로젝트에 의해 희생된 실험견들은 복수라도 하듯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국가안보실장은 대권 후보인 만큼 그 프로젝트가 알려질 것 같아 생존자들을 적극적으로 구하지 않는다. 그것이 물론 정원이 강조했던 '합리적인 정무적 판단'이었겠지만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정원은 살아남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탈출'을 감행한다.



압도적인 규모의 재난을 스크린에 펼쳐내고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이용하여 긴장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어디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이 상황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만큼 관객들이 이 자세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다만, 전체적인 이야기가 어디에서인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을 드러낸다거나 중간중간 찾아오는 산만함이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개에 대한 이야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자세한 내용이 궁금했지만, 영화에서 표현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탈출에 도움 되지 않는 인물들을 '쉽게' 제거하고 필요한 상황에 적절하게 나타나는 인물들은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중간중간 재밌다고 여겨지지 않는 개그는 이질감이 들 정도로 겉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이 아쉬움을 달래듯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진부하다고 느껴지는 등장인물들 가운데,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차정원'이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냉철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재난을 겪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잘 표현하는 이선균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밝게 미소 짓는 모습은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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