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드레 Jul 29. 2024

지나치게 운이 좋은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리뷰


박찬욱 감독이 가장 영화로 만들고 싶은 소설로 알려진 도널드 웨스트 레이크의 장편소설 <액스>. <모가지> 혹은 <도끼>라는 이름으로 이병헌 배우와 손예진 배우 주연의 영화로 탄생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영화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 전에 소설을 먼저 감상했는데, 왜 감독이 그 작품을 선택했는지 납득할 정도로 상당히 재미있었고 몰입감 있던 소설이었기에 어떤 영화로 탄생할지 궁금해졌다. 그러던 와중, 2005년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가 이미 영화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장 영화를 봤다.



이야기의 시작.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브뤼노 다베르는 구조조정으로 해고를 당하게 된다. 성실하게 제지공장에서 15년 간 근속했지만 15개월치의 월급과 함께 하루 만에 해고를 당했다. 그럼에도 능력이 있으니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구직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2년이 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그렇게 자신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하던 다베르는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경쟁자들을 제거하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경쟁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제지업 구인광고를 내서 자신과 비슷한 경력이지만 뛰어난 다섯 명의 사람을 추려낸다. 그리고 그는 권총으로 경쟁자를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달라진 남편, 아빠.


그가 구직에 매달리는 동안 가족에게는 공격적이고 비사교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취직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이 변해버린 모습을 참을 수 없었던 와이프는 상담을 신청했지만 여전히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목적을 달성하며 취직에 성공하게 된다.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제공하는 가장이 된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발각되는 일도 없었고, 그렇게 행한 일들이 경험이 되어 아들이 저지른 절도의 증거를 은폐할 때도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그는 살인을 함으로써 직장을 구했고, (다른 의미로) 예전과 다르게 가족들의 애정을 되찾게 된다.



이렇게 어이없는 확신이라니


경제권 상실에 따른 가장의 위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일반인이라면 생각하지 못할 살인 계획을 세운다. 녹음기에 자신의 살인을 고백하고 몸을 바르르 떨던 초반과는 다르게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지 않으면서 더욱 의연하고 대범하게 살인을 저지른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제는 "나만 괜찮으면 된다"라는 생각만이 남은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통하게 된 것에는 사회의 책임이 존재한다. 기업은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목적으로 진행한 일이지만 선택권이 없는 노동자들은 개개인의 삶이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강요받는다. 그렇다면 이 분노는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기업을 향해야 마땅하지만 다른 경쟁자에게 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는 것보다 현재가 더 중요했던 그는 즉각적인 해결을 위해 경쟁자를 제거한다. 자본은 인간에게 있어서 벗어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고 노동은 그것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을 사이의 전쟁은 그렇게 반복되는 것임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소설과의 차이점


소설과의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전체적인 줄거리는 비슷하나 강조하는 점이 좀 다르다는 것이다. 소설에 충실한 만큼 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기보다는 주인공의 살인의 쾌락이나 복수의 성취감이 더 느껴졌다. 어떤 동정심도, 연민도 없는 모습이 영화에서 극대화되는 모습이었다. 물론 상황 자체가 정상적이거나 합리화해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살인 행위'에 집중하게 되는 영화의 연출이 상당히 아쉬웠다. 그가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흔들리는 모습이 그려졌다면 좀 더 전체적으로 주인공을 깊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바에서 남자와 나누던 대화가 소설에서 봤던 것만큼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효율성의 문제점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본주의가 노동자에게 행할 수 있는 잔혹함과 노동자인 개인이 얼마나 최악의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극단적으로 표현했던 소설의 표현이 영화에서는 표현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다만, 당신도 누군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쉽게 얻은 것이 아닌 만큼 절대적인 것이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아래에는 책 리뷰 링크를 첨부해두었다.


https://mindirrle.tistory.com/241



작가의 이전글 믿기지 않겠지만 이 영화는 가족 영화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