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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ug 13. 2024

과거도 미래도 알 수 없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영화 <이오 카피타노> 리뷰


테오 가로네 감독의 <이오 카피타노>는 2024년 8월 7일에 개봉한 영화이다. 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 합작 영화로 제8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은사자상 (감독상) 및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상 (신인배우상)을 수상하고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아프리카 세네갈에 사는 세이두와 무사. 두 사람은 가수로서 성공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엄마 몰래 열심히 일을 해 모은 돈으로 유럽으로 밀입국할 계획을 세운다. 어른들은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며 말리지만 그들은 유명인이 되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 것이라는 희망이 그들을 부추긴다. 그리고 마침내 돈을 다 모아 여기에서는 이루지 못할 일들을 성취하기 위해 국경을 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국경을 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사하라 사막은 모래로 둘러싸여 있으며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광활하다. 그 풍경은 매우 아름답지만 생존을 걸고 탈출하는 이들에게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막을 건너며 찾아오는 갈증, 지침, 피로는 지금 일어날 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앞을 막아서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었다. 불법 이민자들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죽거나 고문당하거나 노예처럼 팔려가게 되기 십상이다. 영화 속의 세이두는 다른 사람들의 상황에 비해 지극히 운이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순탄한 편이라 할 수 있었다.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스마트폰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유명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한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과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희박한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성공이라는 그 큰 단어가 허상 되고도 이상적인 삶을 유도한다. 하지만 현실은 사막과 파도를 끊임없이 넘어서고도 이 뒤에 또 어떤 고난이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은 매우 다른 법이니까. 기나긴 여정에서 세이두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타인의 생명을 앞에 둔 채 벌어지는 딜레마와 세상이 얼마나 불합리한지를 깨닫게 되는 여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세이두는 단 하나를 목표로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이 선장인 이 상황에서 이 사람들을 모두 살리겠노라고.



국제사회에서 직면한 문제인 불법 이주, 난민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기존의 난민 영화와는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을 하고 있고 감상적인 연출이라 몰입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 엄마와 경험했던 어른들이 반대를 했음에도 '몰래' 떠난 여행이라 더욱 불안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빈곤이라는 궁극적인 문제로 인해 이러한 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해결되지 않고, 그들을 이용하여 경제적 착취를 하려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들이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는 행위 자체가 불법적이기에 무리한 요구임에도 들어줄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당연할 수는 없다. 이 영화에서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돈 아니면 목숨이라는 선택지가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영화는 비극적인 현실과는 또 다르게 꿈의 영역은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면이 괴리감을 키워 이들이 허황된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주인공이 여정을 무사히 끝냈지만 다시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 예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넓은 세상이지만 수많은 어려움이 놓여 있을 유럽의 땅에서 그들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불법'이라는 딱지가 그를 어떻게 막아설지 알 수 없다. 세이두가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그리고 그 꿈이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영화는 관객에게 깊은 숙고의 여지를 남긴다.



PS. 엄마 말을 잘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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