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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Aug 12. 2024

어떤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온전할 나, 그리고 우리.

영화 <빅토리> 시사회 리뷰


박범수 감독의 <빅토리>는 2024년 8월 14일 개봉예정이다. 1984년 거제고등학교에서 결성되었던 대한민국 최초의 치어리딩 팀인 '새빛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다. 영화는 단순한 스포츠 이야기를 넘어, 당시 사회적 배경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꿈을 이루어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과 집단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성장했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그 시절 청춘들의 열망과 도전 정신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필선은 엄정화의 백댄서를 꿈꾸는 학생이다. 남다른 춤 실력으로 동네를 휘어잡았지만 연습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때마침 서울에서 전학 온 세현의 치어리딩으로 교내에 댄스 연습실을 만들 기회를 잡게 된다. 치어리딩 동아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축구부를 우승으로 이끌어야만 한다. 그렇게 9명의 멤버들이 모여 탄생한 밀레니엄 걸즈, 과연 만년 꼴찌 축구부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부분이 아닌 전체에 주목하다.


사실 필선은 치어리딩을 핑계로 자신이 원하는 힙합 댄스를 추기 위해 승부를 걸었지만 점차 치어리딩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자신의 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과 친구들의 열정을 통해 '나'를 응원하고 '너'를 응원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각자의 고충 또한 확연히 다르다. 타인을 무너뜨리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무언가를 해내는 것의 힘을 배운다. 이들에게 치어리딩은 온전한 '나'를 되찾는 일이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그 용기를 주변에 옮겨심기도 한다. 지금 현재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어른의 용기를 바꿔놓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다음의 이야기는 '우리'가 펼쳐낼 수 있는 일이겠지만 영화는 일단 '현재'에 집중한다. 그렇게 각자 개개인보다는 전체의 모습, 밀레니엄 걸즈와 조선소 노동자들의 전체가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영화의 화법에서부터 온다.



청춘의 힘을 곳곳에 옮겨 심는 영화.


영화는 청춘의 힘을 곳곳에 심어 놓았다. 투쟁보다는 포기가 더 나은 선택이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당신의 작은 힘이 더해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영화다. 오랜만에 힘이 과하지 않은, 착한 영화를 만난 것 같아 신선하게 느껴졌다. 비록 뻔한 전개와 약간의 유치함이 존재하지만, 특유의 따뜻함으로 모든 것이 처음인 '청춘'에게 투박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현실을 낭만으로만 포장하지 않고, 고난과 역경을 함께 담아낸 점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때로는 이런 긍정의 메시지도 충분히 괜찮다고 느껴진다.


물론 삶을 살아가면서 순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기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처음에는 '회피'라는 쉬운 선택을 했던 인물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관객도 다시 힘을 얻게 된다. 이 영화는 미래가 없다고 절망하지 않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낫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힙합과 치어리딩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럽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지나친 긍정의 메시지가 현실의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청춘을 마냥 아름답게만 꾸미지 않고, 현실적인 면도 함께 보여주려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1986년 거제고등학교 축구부가 '새빛들'의 응원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이들은 실제로 늘 아깝게 우승을 놓쳤던 축구부에게 큰 힘을 불어넣었으며, 그 응원이 결국 우승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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