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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Oct 05. 2024

선한 인물은 아니지만 비난할 수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

영화 <홍이> 리뷰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선정된 황슬기 감독의 <홍이>는 2022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작이다. 사회의 불안정한 현실과 개인의 내면적 갈등을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인물들이 얽힌 이야기인 만큼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동시에 복잡함을 깊이 있게 다루어 내고 있다.



큰 빚을 지고 있는 홍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한다. 아침에는 학원에서 중년 여성들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다. 고립된 생활을 반복하던 그녀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지쳐 치매에 걸린 엄마를 요양원에서 모셔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이용하게 된다. 처음엔 죄책감을 느꼈지만 빚을 갚고 데이트를 즐길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자 점점 엄마의 돈을 몰래 쓰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된다. 일과 일상을 병행하며 엄마의 간병까지 더해진 버거운 일상이 반복되자, 홍은 또 다른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그녀의 일상에 성큼 다가갈수록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엄마에 대한 문제를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 의지를 실천하는 마음에 감동하기도 잠시, 결국 그 마음속에는 ‘목적’이 존재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 선택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에게 불행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걸까? 이렇게 의도치 않게 불러온 오해 혹은 이기심으로 인해 불행을 계속해서 반복했고, 그 결과는 오로지 그녀가 책임져야 할 것이었다. 아무리 치장해도 덮을 수 없는 본모습을 그녀도 사랑하지 않는데, 그 누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예상치 못한 사건과 감당하기 힘든 일들은 그녀가 벌인 일들이지만 자각할수록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학습된 무기력은 무책임한 일상을 반복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는 갚지 못해 쌓인 빛과 감당할 수 없는 거짓 말뿐이었다. 그녀가 한 거짓말의 대가는 그 이득보다 더 날카롭고, 또 가혹하게 되돌아온다. 본인이 자초한 일이라는 생각도 물론 들었지만 그녀가 이 모든 것을 책임지기엔 너무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러날 생각도 없이 성큼 다가오는 불행과 안간힘을 다해 뻗는 행복은 그녀에게 사치일 뿐인 걸까. 그럼에도 이 사소한 행복조차 쟁취하지 못하는 그녀가 왠지 모르게 안타까웠다. 부디 불행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홍의 일상을 그려낸 이 영화에 쉽게 빠져들기는 힘들다. 보면 볼수록 그녀에 대한 생각을 단정짓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모순된 감정에 매몰되어 거듭된 혼란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녀는 선한 인물도 아니며 오히려 비호감을 살 수 있는 ‘오해’와 ‘이기심’으로 똘똘 뭉쳤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감히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홍이라는 인물의 일부분만을 본 셈이지만, 그녀를 상당히 입체적으로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하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셈이 있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며 원하는 것을 쟁취하려는 그 모습은 복잡한 인간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시선을 넘어서 각자 가진 내면의 갈등을 영화의 시선을 통해 마주하게 만든다.


홍의 캐릭터는 그 자체로 인간의 복잡한 본성을 대변한다.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과 감정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인간이란 본래 모순적이고 복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영화는 이러한 점을 통해 우리가 타인을 쉽게 판단하는 것을 경계하며, 그 사람의 전모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리는 성급한 결론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영화 <홍이>는 다양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중점으로 두어 현대 사회의 불안정함과 개인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연민의 시선보다는 차가움과 직관적인 시선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접근은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면서도 삶의 복잡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또한, 배우 장선이 마치 영화 속의 ‘홍이’라는 인물이 된 것처럼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압도적인 연기가 인상 깊다. 거짓말을 하면서 흔들리는 눈동자, 떨리는 목소리 혹은 언성을 높이는 목소리를 통해 그녀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완벽하게 그녀에 대해 공감하기는 어렵지만 그녀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갈등과 고뇌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또한 복잡한 가족 관계를 풀어내며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화 사회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존재한다.





연출 의도
 지방에 계신 엄마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신다는 말을 들었다.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엄마에게는 딸인 내가 있는데 딸인 나는 엄마가 될 생각이 없었다. 영화 <홍이>는 생활고와 빚에 시달리는 홍이가 치매에 걸린 엄마 서희를 요양원에서 모셔 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이용하는 이야기로,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주변의 30대 후반 비정규직 비혼 여성이 당면한 삶과 부모의 부양과 돌봄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남들만큼 살고 싶었던 고학력 여성이 점점 사회적 평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불안과, 그와 더불어 우리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화 사회에서 지금의 3, 40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영화 상영 일정


10월 6일 16:00

10월 7일 10:30

10월 9일 10:00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링크 참고.


https://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75884&c_idx=403&sp_idx=549&QuerySte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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