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자 리포트> 리뷰
진정한 치료는 고통을 완화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만약 살인이라면 당신은 그 방법이 동의할 수 있겠는가. 조영준 감독이 연출한 <살인자 리포트>는 2025년 9월 5일 개봉한 영화로 감독의 전작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따뜻한 휴머니즘의 모습이 아닌 심리적 스릴러를 볼 수 있었다. 한국 스릴러의 관습을 따라가지 않고 독특하게 구성하여 작가주의적 실험을 강행한다.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 주장하는 한 남자가 기자 백선주에게 인터뷰 요청을 한다. 특종에 목말라 있던 선주는 고민 끝에 살인자와의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도망가려 한다. 하지만 지금 인터뷰를 멈추면 또 한 명이 살해될 거라고 경고한다.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하는 정신과의사다. 그는 과거, 자신을 괴롭게 했던 복수와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만나면서 극적인 치료방법을 구안해 낸다. 그 후, 범죄 가해자들을 살해함으로써 자신들의 환자들에게 일종의 치료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살인을 저질러온 것이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정의'에 빗대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종의 치료 행위라 여기며 치밀하고 은밀한 계획을 이어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양가의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은 사적제재에 대한 내용 때문이었다. 현실 속에서 법의 공정한 판단과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 사적제재의 정당성은 점점 설득력을 얻는다. 뉴스를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 존재하지만 적절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피해자는 범죄로 인한 피해나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만 가해자는 집행유예, 합의, 처벌불원서, 공탁금과 같은 장치로 형량을 줄여간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를 위한 정의는 부재하고 가해자의 인권만 보호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불균형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사적 제재는 그럴듯한 정의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사회는 사적제재의 유혹에 빠져 그 행동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살인에 대한 자기 과시 혹은 자수에서 시작된 인터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자를 인터뷰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는 선주의 직업이 기자라는 점을 교묘히 활용해 선주의 객관성이나 특종에 대한 욕망을 파고든다.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는 듯하면서도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전략이었다. 그 과정에서 선주는 점점 의사에게 끌려다니고, 관객 또한 상황이 변화하는 긴장감을 체감한다. 두 사람의 심리전은 연극적 구성을 띠지만,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두 사람의 심리극은 숨통이 조여 오는 것만 같았다. 특히 폐쇄적인 공간을 극적이고 효율적이게 활용하여 긴장감을 유발한다.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납득하게 만드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치밀하고 찐득하게 조여 오는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될 것이다. 당신은 진정한 치료를 위한 복수에 동의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