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 란> 리뷰 & 기자회견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 란>은 10월 1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였고,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진선규, 장성일을 비롯한 배우들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례적인 OTT 영화 개막작 선정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이 작품이 논란을 잠재우고 이 영화가 과연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종려는 양반가 외아들이고, 천영은 종려의 몸종이다. 하지만 유년시절부터 함께 했던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까운 동무이기도 하다. 천영은 노비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종려 또한 그를 돕는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가 일이 얽혀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기게 된다. 그로 인해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게 되는데, 이들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조선 시대는 신분제가 엄격히 구분되었고, 그 체제가 당연시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정여립은 '천하는 모두의 것', '임금과 노비가 대등하다', '누구나 임금이 될 수 있다'는 천하공물론(天下公物論)을 주장하다 처형당했고,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그만큼 조선의 신분제도는 누구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천영도 그러했다. 부모가 양민이었지만 어머니 빚으로 인해 노비가 되었고 노비종모법에 따라 노비가 됐다. 그 일로 인해 억울했던 천영은 늘 마음속으로 자유를 품고 있지만 쉽게 쟁취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만큼 소중했던 자유를 향한 열망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영화는 천영의 자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천영과 종려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둘 사이의 오해가 생기고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게 되는 그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들은 주종 관계를 넘어서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었으나 사회적 제약과 개인적 갈등이 얽혀 그들 사이의 신뢰가 흔들리게 된다. 이러한 갈등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며, 과연 이들의 갈등이 무사히 회복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왕은 백성들을 버리고 피난을 갔다. 그것을 지켜본 백성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왜군을 맞이해야 했고, 전란 속에서 버림받은 백성들은 경복궁을 모조리 불태우고, 폭정에 시달리던 노비들은 반기를 들며 주인의 집을 불태웠다. 이는 자유를 향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 일어나지 않았을 '난'이 조선을 더욱 혼란에 빠트렸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황폐화된 조선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자들이 생겨났으나 왕은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에서 승리하여 조선에 큰 기여를 한 이들을 의심하고, 왕은 경복궁 재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부분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울분이 담긴 듯하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오해를 통해 그들이 처한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드러내며,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각 인물은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노력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전해진다. 영화는 이처럼 혁명의 길로 인도하지는 않지만 중요시해야 할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바라본 조선의 모습에서 달라지지 않은 무언가를 바라보게 된다.
영화를 보자마자 이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OTT 공개 예정작이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가 충분히 드러나 있었다. 물론 이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했어도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러 찾아왔을 것이다. 압도적인 전개, 큰 스크린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웅장함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선, 화려한 액션과 직관적인 전개, 입체적인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영화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중심이지만 외부와 내부, 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여러 등장인물의 서사가 뜬금없이 튀어나오지 않고 자연스레 연결되며 몰입감을 더한다.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들이 묵직하게 다가오며, 영화의 전개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영화는 그 지점에 명확히 점을 찍어 저마다의 입장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풀어나가는 과정이 시원하고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의식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인상 깊다. 다만, 영화의 주요 소재인 계급과 신분에 대한 이야기가 두 주인공의 서사보다 비중이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의 개막작은 김상만 감독님의 <전, 란>으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를 했고, 김상만 감독님을 비롯하여 출중한 실력의 한국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완성해 낸 사극 대작이라고 소개했다. 박도신 대행 김상만 감독,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성규, 장성일 배우가 참석했다.
<전, 란>은 임진왜란이라는 시대 배경과 창조된 인물을 통해 구성된 영화이며, 왕조 실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만큼 여러 나라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넷플릭스 영화뿐만 아니라 극장의 걸리는 영화들도 더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평과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 어떤 사회의 계급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반영한 인물들 즉, 대표되는 인물들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10/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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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75855&c_idx=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