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리뷰
강렬한 데뷔작 <불도저를 탄 소녀>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박이웅 감독의 신작 <아침바다 갈매기>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뉴 커런츠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이목을 이끌고 있다. <불도저에 탄 소녀>에 이어 다시 한번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하게 되었으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 후 하반기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회 고발을 주제로 했던 전작과는 달리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깊이 있게 풀어낼지 기대감을 자아낸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남자, 용수는 희망이 없는 어촌의 삶에 절망하며 탈출을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는 바다에 빠져 죽은 것으로 위장하여 사망보험금을 타고 아내의 고향인 베트남으로 도망칠 작정이다. 하지만 그 계획을 아는 사람은 선장 영국뿐이고 상황은 점점 심각해진다.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며 용수의 계획은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한다. 용수는 과연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탁 트이는 바다가 배경인 영화이지만 되려 그 광활한 풍경과 분위기에 압도되어 숨이 막혀온다. 그 고요하고도 적막한 바다 위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모를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떠나려는 사람, 떠날 수 없는 사람, 머물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일련의 사건으로 급격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심각한 상황이 아님에도 의도치 않게 꼬여가는 상황이 이어지며 긴장감이 극도에 이른다. 그렇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야기의 구성은 하나로 엮여 있지만 다소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영화는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왠지 모를 따뜻함을 자아낸다. 그만큼 빈틈없는 서사와 편집 연출이 보는 사람마저 숨 막히게 만들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는 것이 인상 깊다.
그 남자가 배에 싣고 가는 것은 고독뿐만이 아니었다. 과거에 묻어두었던 문제들을 지금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방인의 범위를 다소 넓게 잡아 관객들이 영화 속의 세계로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실패자와 타국인의 존재는 이질적이며, 언제든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갈 존재로 여겨진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숨이 막혔던 부분은 이방인이 기존 주민들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주민들이 철저하게 이방인을 배척하는 데 있었다. 이방인은 돌아온 사람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모습에서도 느껴졌다. 영화의 대사 중 "여기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아"라는 말은 이러한 배척의 감정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우리 인종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타인종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는 둔감하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는 종종 무의식적인 편견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부분을 날카롭게 조명하여, 차별이 없다는 그 오만함이 실상은 사실이 아님을 강력하게 꼬집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내재된 편견은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우리는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그로 인해 실제로 존재하는 편견의 씨앗이 움트게 만들어진다. 결국, 이러한 편견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해결점은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하며, 이 영화가 제시하는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아침바다 갈매기는> 전작 <불도저를 탄 소녀>와는 다르게 또 다른 강렬함을 선사하며 따뜻한 감동 드라마다. 다소 날카롭지만 따뜻하다 못해 찡하기까지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만큼 윤주상 배우와 양희경 배우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마치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관객들을 강력하게 빨아들이며,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깊이를 온전히 체험하게 만든다. 바다의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인물의 요동치는 그 내면을 영화적 언어로 마주할 수 있게 해 준다. 겨울바람처럼 차갑지만 어묵 국물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영화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일정
10월 6일 09:00
10월 7일 10:30
10월 8일 15:30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링크 참고.
https://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75885&c_idx=402&sp_idx=0&QueryStep=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