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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May 26. 2022

스치듯 지나가는 사랑과 깊게 자리 잡은 우정의 조화.

영화 <일 포스티노> 리뷰


풍경만으로도 사랑도, 예술도 피어나는 곳에서 펼쳐지는 단어의 나열은 운율만으로도 아름답게 누군가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떠나간 자리가 혹은 나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닐까 망설이던 그 마음이 남겨진 편지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다. 직접 전하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닿은 테이프가 맞물리며 그와 만났던 짧은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쉽지 않았던 시인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 이야기가 따뜻하고 잔잔하게 와닿는다.



우편 배달부로 고용된 마리오가 오로지 시인 네루다에게만 우편을 배달한다.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싶었던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다가가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가 시에 빠지게 되며 네루다와 가까워진다. 흔하고 일상적인 단어의 나열이 운율처럼 흐르기 시작하며 풍경과 어울리는 아름다움에 취한다.



"원하는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네. 자신의 소신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남들이 원하는 좋은 말만 하는 시인이 되는 것보단 훨씬 낫다네."



그리고 어느 날, 베아트리체 루소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 아름다움을 전한다. 다소 무기력했던 지난 그의 모습을 온전히 버리지는 못했지만 자신만의 시어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전달한다.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을 마주하며 서로의 마음이 닿는다. 늘 팍팍한 일상 속에 아름다운 시구가 닿으면서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마리오가 시를 접하며 보았던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세상의 모습에서 섬이라는 공간이 주는 폐쇄성에도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희망이 흐르는 운율과 섞이며 메마른 땅에 단비같은 감성을 흩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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