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예술과 닮아있는 삶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력.

영화 <쇼잉 업> 리뷰

by 민드레


켈리 라이카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쇼잉 업>은 2025년 1월 8일 개봉한 영화이다.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신시아 라티(Cynthia Lahti)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조각품과 그림은 모두 그녀의 손에서 탄생했다. 원래 캐나다 화가 에밀리 카의 전기 영화를 제작하려 했으나 캐나다에 갔을 때 에밀리 카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고 방향을 틀었다는 비하인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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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는 개인 전시회를 앞두고 신경이 곤두서있다. 전시를 준비하며 예술가로서 삶과 가족, 친구 등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쓴다. 집주인 조는 전시회를 핑계로 보일러를 고쳐주지 않는다. 무사히 전시회를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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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리지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그녀만이 알고 있던 일상이 관객들에게도 펼쳐지고 카메라의 시선에 관객들도 리지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 리지를 예민하게 하는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며 그녀의 불안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친구이자 라이벌인 조의 작품은 거의 다 완성되어 가는데, 자신의 작품은 계획대로 착착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인 조는 보일러가 고장 나서 고쳐달라고 거듭 요청했음에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아 답답한 상태였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이 구조한 아픈 새를 리지에게 떠미는 무책임감을 보여주기도 하며 리지의 원활한 작업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아버지의 손님들은 신경 쓰이고 오빠의 불안정한 정신 건강까지,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해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과연 리지의 불안이 해소될지, 더 깊어질지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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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이 리지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예민함과 열등감이 어떻게 평온함으로 돌아서게 되는지를 집중해서 보면 매우 흥미롭다. 리지의 고양이가 할퀴어 상처 입었지만 비둘기라는 이유로 밖으로 내쫓아버린다. 하지만 조가 그 새를 구조해 오면서 엉겁결에 자신이 돌보게 되면서 작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새가 아니어도 방해요소가 많았지만 왠지 그 새에게 눈길이 갔다. 관심을 쏟으며 점차 회복해 가는 새처럼 자신의 작품을 조금씩 완성해 간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예술'이 날아오르는 '새'로 비유된다. 상처 입은 '새'가 일정 기간의 회복을 거쳐 날 수 있었던 것처럼 '예술가'가 작품을 빚어가고 완성해 나가며 마침내 전시를 하는 모습이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처럼 겹쳐 보였다. 누군가에겐 하찮아 보일 수 있는 것들이 (주관적인 예술, 비둘기)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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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잉 업>은 좀 불친절하다. 영화 속의 이야기를 파악하는 것도, 그 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아는 것도 쉽지 않다. 인물의 감정 변화 과정을 묵묵히 따라가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의 반복과 특별하지 않은 사건들은 살짝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쉽게 놓치기 쉬운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그저 누군가의 일상을 포착하고 그가 빚어내는 작품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때론 행동과 상황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되기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켈리 라이카트 감독이 그간 그려왔던 영화와는 조금 달랐다. 이전의 주인공들과는 다른 환경에 놓여 있었다. 그리곤 저 나름의 힘든 과정을 거쳐 다시 찾은 평온한 일상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설명하지 않은 채, 이 영화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떠난다. 감정이 요동치는 인물들을 그려왔던 감독이었기에, 이번 영화에서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위로하며 평온함을 만끽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담담히 그려내어 느리고 불친절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따뜻함이 매력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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