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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승부는 끝났다고 생각할 때 다시 시작된다.

영화 <승부> 리뷰

by 민드레


김형주 감독 <승부>는 2025년 3월 26일 개봉한 영화이다. 1990년 조훈현과 이창호가 치렀던 역사적인 대국을 스크린에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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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그는 1989년 제1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우연히 바둑 신동이라 불리는 이창호를 내제자로 받아들인다. 수년 후, 어마무시하게 성장한 이창호는 스승 조훈현과 사제 대결을 치르게 된다. 모두가 "무섭다"할 정도로 날카롭고 화려한 기풍의 조훈현을 대적할 상대는 없었던 터라 모두가 스승의 뻔한 승리를 예상했던 사제 대결에서 조훈현은 제자에게 충격적 패를 당하게 된다. 아무도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조훈현이 패배하며 바둑계가 술렁인다.


c9wGXqd4faxvUY6Y223RJHO526g.jpg 조훈현의 와기 자세를 그대로 연출한 모습이 돋보임


이창호는 기존의 안 좋은 습관을 버리고 자신만의 바둑을 찾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그 노력의 과정을 시각화한 연출이 매우 인상 깊었다. 주눅이 들어 있으면서도 그를 이기겠다고 다짐한다. 그 모습에 조훈현은 프로로서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니 적잖게 당황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빚어지고 어색해지기까지 한 묘한 모습이 펼쳐진다. 호랑이 새끼를 들여놓은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전신(戰神)이라 불렸던 조훈현이 제자에 의해 패배하며 온 세상은 '제자가 스승을 잡아먹었다'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그 과정에서 조훈현은 자신의 방식과는 다른 이창호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내 '다름'을 인정하게 된다. 제자에게 진 후 한참을 방황하던 조훈현이 다시 부활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조훈현이 패배할 때의 충격은 녹게, 이창호가 패배하는 순간은 깨어지게 표현한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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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공개예정이었으나 주연배우의 큰 논란으로 인해 수차례 연기되었던 그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했다. 그 논란으로 인해 선뜻 영화를 보는 것이 좀 망설여졌지만 그 영화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해당 영화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특히 바둑을 잘 모르는 관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칫 복잡할 수 있는 바둑 용어나 규칙에 대한 설명 없이도 사제지간의 승부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영화가 전체적인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중요한 감정선이 생략된 부분들이 눈에 띈다. 드라마적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극 중에서는 조훈현의 엄한 교육법 때문인지 어릴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똘똘하던 아이가 과묵하고 풀 죽은 모습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 스승에게 배운 그대로 당차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꽤 인상 깊었다. 실제 인물은 15세이지만 배우가 30대라 그런지 그 모습을 연기하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개봉이 늦어질 줄 알았다면 아역배우인 강훈이 성장한 후에 촬영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슬픈 장면은 없었지만 묘한 뭉클함이 느껴지는 것은 바둑이라는 세계가 결국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해진 답 없이 끊임없이 수를 읽고 고민하며 바둑과 예측 불가능한 삶의 여정과 오버랩되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해당 대결에 대한 다큐멘터리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si=AyZvMHfF_lPoSJoe&embeds_referring_euri=https%3A%2F%2Fnamu.wiki%2F&source_ve_path=Mjg2NjQsMTY0NTA2&v=MR2K08Cowok&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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