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키> 리뷰
<재키>는 2016년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골든오셀라 각본상을 수상했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 전기영화 3부작 중 첫 번째 영화인만큼 더욱 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야기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직후, 재클린 케네디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상실 앞에서 그녀는 여전히 곧 무너질 것 같은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다. 남편과 함께했던 찬란했던 시절을 회상함과 동시에 일주일 전 벌어졌던 남편의 암살 사건을 떠올린다. 바로 옆에서 일어났던 그때의 일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이 계속해서 진행된다. 재클린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도할 틈도 없이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보통의 삶과는 멀어진 삶, 영부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졌던 그녀의 외로움과 고통이 전달된다. 재클린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견뎌야만 했다. 퍼스트레이디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케네디와 이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것보다 남편이 세상에 어떻게 기억될지를 고민하며 남겨진 사람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한다. "슬픔에 싸인 지금도 냉전은 현실이기 때문에 국방과 외교에 빈틈을 줄 수 없기 때문이죠"라는 말처럼 대통령이 떠난 후 사람들은 '뒷수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어떻게 기억되느냐에 대한 해답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재키는 쓰인 기록대로 판단될 수밖에 없는 역사 속의 남편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그리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든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이미지 메이킹'에 최선을 다한다. 한편으로는 기댈 곳조차 없어진 그녀가 종교적인 상담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모두가 품고 있을 괴로움과 해답이 없는 삶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때론 그렇게 감정적인 위로보다는 그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고 모두가 그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신은 감당할 수 있을 고난을 준다며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고 조언해 준다.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재키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아무도 그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라는 지점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어떤 삶을 살았고, 그와 어떤 관계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오나시스나 마리아 칼라스에 대한 내용을 과감히 삭제하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직후의 이야기를 재클린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재클린의 사적인 삶보다는 추모와 떠난 후의 삶,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 보니 그녀의 사람 자체가 아니라 주변인으로서 존재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처럼 비쳐 매우 아쉬웠다. 그 점에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는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가장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키라는 한 사람을 담은 이 전기영화에서도 모순적이게도 사람들은 동화 같은 이야기를 기대한다는 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재키는 케네디와 마릴린 먼로와의 염문으로 인해 갈등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사랑하는 이로만 추억하는 모습에 괴리감을 느꼈다. 내가 보지 못한 면모의 일부분일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