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에 남은 발자국은 결국 나를 그곳에 묶었다.

영화 <철도원> 리뷰

by 민드레


일과 가족, 그 둘 중에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가족이라고 말할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일을 선택한다 해도 비난할 수는 없지만 비정하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시절의 아버지를 보여주는 1999작 <철도원>은 그 비정함 속에 숨겨진 뜨거운 진심과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한 남자의 일생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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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사토 오토마츠는 호로마가 역의 역장이다. 2대째 철도원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사랑하는 딸 유키코와 아내 시즈에가 이 세상에 떠날 때도 철도원의 임무에 충실했다. 호로마가 역이 폐선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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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마이선은 홋카이도의 시골과 도시를 이어주는 노선이다. 종착역인 호로마가 역의 역장이 바로 사토 오토마츠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시골마을이지만 과거 탄광업으로 인구가 엄청났던 마을이었다는 자부심만큼은 남아있었다. 곧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기에 오토마츠의 절친 센지는 퇴직 후 토마무 리조트 호텔의 중역으로 가게 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호로마이로 내려와 함께 올라가자고 오토마츠를 설득한다. 하지만 오토마츠는 자신은 평생 철도일만을 했기에 그것밖에 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회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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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는 철도원으로서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눈 속에 슬픔을 묻어라"라는 말처럼 그는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유키코가 세상을 떠날 때도, 아내가 지병으로 죽어갈 때도.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하며 진정한 철도원의 면모를 보여온 것이다. 철도원 이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다. 이는 일본의 잇쇼켄메이에서 비롯된 우직함으로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인 것이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억누르고 일에 매진해 온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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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득한 자부심만큼이나 커진 후회는 되돌릴 수 없다. 함께 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그의 내면을 가득 채웠다. 일이 전부가 아님을 알면서도 끌려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안타깝기도 했다. 사실 우리는 가족과 행복을 위해 일을 시작하지만 일 자체가 목적이 되어 정작 곁에 있는 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버지나 가장으로서의 모습보다는 직업정신을 우선시했던 그에게 영화는 비난 대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홀연히 나타난 소녀를 통해 전해진 가족의 사랑은 평생 눈 속에 슬픔을 묻어온 한 남자의 회한을 녹여내기에 충분했다. 끝까지 철도원으로 남고자 했던 그의 고집은 시대를 살아내느라 사랑하는 법을 잊어야 했던 아버지들의 서글픈 훈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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