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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져야 할 기적의 힘은 진심에서 우러나온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리뷰

by 민드레


간절히 바라는 꿈이 이루어지려면 '기적'이 일어나야 할까? 어쩌면 무모할지도 모를 아이들의 기차 여행은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는 2011년 개봉한 영화로 제59회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 제3회 타마 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제26회 다카사키 영화제에서 최우수 신인남우상, 최우수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주연 아역 배우인 마에다 코키와 마에다 오시로가 실제 형제라 더욱 실감 나는 연기가 일품이다.



형 코이치와 동생 류노스케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다. 코이치는 화산재가 내리는 기고시마에서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류노스케는 후쿠오카에서 인디 밴드 활동을 하는 아빠와 함께 산다. 코이치는 네 가족이 다시 함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규슈 신칸센의 새로운 노선이 개통되면서 기고시마에서 출발하는 사쿠라호와 하카타에서 출발하는 츠바메호가 처음으로 교차하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며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가고시마에서 사쿠라호가 260km로 달리잖아. 하카타에서 '츠보미호'가 260km로 달리고 두 열차가 처음 서로 스치고 지날 때 일어나 기적이. 엄청난 에너지가 생기거든. 그걸 본 사람들은 별똥별처럼 소원이 이루어지는 거야" 그렇게 코이치는 가족이 재결합하는 '기적'을 꿈꾸며 류노스케와 함께 '기적의 장소'로 떠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코이치는 도쿄에 가고 싶지 않냐는 친구의 말에 도쿄에 가도 별로 특별한 일이 없다며 이사도 세 번째라 아무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코이치에게 중요한 것은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이렇게 네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다. 이혼한 엄마와 아빠의 거처에 따라 두 아이의 거처도 달라졌다. 함께 했던 추억은 꿈이 되어 반복되었고 우리 가족이 다시 함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코이치였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코이치와는 다르게 아빠와 사는 류노스케는 알아서 척척척 심지어는 아빠를 챙기는 모습까지 보인다. 형은 화산이 터져 다시 재결합하는 소원을 빌 거라고 했지만 류노스케가 빌고 싶은 소원은 좀 달랐다. 형과 함께 사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엄마, 아빠가 눈이 마주치면 싸웠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함께하는 친구들과 노는 이 시간이 좋다. 이 상반된 형제의 성향은 형은 장난감과 책을 팔고 자판기 밑 동전을 줍고 수영 레슨비, 동생은 아빠에게 양육수당의 반을 자기에게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그렇게 두 형제는 각자의 방식으로 '기적'을 향한 여정을 준비한다.



크게는 기적을 바라는 아이들의 소원이지만 작게 들여다보면 각자의 장래 희망이 담긴 꿈들이었다.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에는 기적이 필요할 만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코이치의 친구들도, 류노스케의 친구들도 함께 소원을 빌기 위해 기적의 장소로 나선다. 처음소원과는 좀 달랐지만 그 여정에서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한다. 오로지 자신의 가족이 재결합하는 것을 바랐던 코이치가 "지금 분화하면 여기사는 사람들 다 이사 가야겠지"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소원을 빌지 않는다. 아무 맛이 안 나던 밍밍한 떡이 은근한 단맛이 난다고 표현하는 장면처럼 코이치는 성장해 간다. 기적은 이미 일어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불가능한 것들을 포기하기도 하고 슬픔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마주하고 스스로 이겨내면서. 직접적으로 소원을 빌어 이루어지는 것도 정말 좋은 일이지만, 먼발치에 있는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묵묵히 노력을 쏟는 것이야말로 진짜 기적을 불러오는 일이 아닐까. 내면의 용기를 일깨우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진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기적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곧 이루어질 규슈 신칸센 개통은 어른들에게 설레는 일이었다. 신칸센 개통을 통해 이 도시에도 활기가 차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개통을 맞아 5년 만에 다시 가루칸 떡을 만들 결심을 하게 된다. 가루칸은 화과자의 하나로 가고시마의 특산품이다. 할아버지는 그 가루칸 떡을 만들어온 장인이었지만 가게를 접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신다. 그렇게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그 맛이 잘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것을 맛보고는 벚꽃 떡처럼 핑크로 물들여보는 건 어떻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번번이 실패하지만 할아버지는 장인으로서 타협할 수 없다며 본연의 가루칸 떡을 완성하겠다 다짐한다. 모처럼 느끼는 활기와 도전의식은 할아버지도, 할아버지 친구에게도 가슴의 저릿저릿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손자 코이치에게는 떡 맛을 봐달라고 부탁하고 할아버지는 코이치의 '기적의 여정'을 도와준다. 기적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이 내게도 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영화는 크게 기차와 떡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이들의 시선을 중점적으로 하여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자유롭게 상상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다른 게 있다면 아이들이 자신이 현재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꿈꾸게 만든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소원을 빌 때도 제멋대로 자유롭게 바꾸어버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의 진심과 성장 자체가 기적임을 보여주는 영화의 따뜻한 시선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다. 우리 각자에게도 작은 기적은 이미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니 오늘의 순간을 더욱 소중히 바라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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