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마데우스> 리뷰
역사적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 오해했을지도 모를 이야기의 주인공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화자, 안토니오 실리에리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음악가이자 교육자로 당대의 최고의 음악가들인 루이비히 판 베토벤, 프란츠 슈베르트, 프란츠 리스트, 카를 체르니 등의 은사였다. 모차르트가 뛰어난 음악가로 소문이 나기 전부터 음악계에서 명성을 펼친 사람이었고, 귀족들의 신임도 두터운 궁정악가였다. 그렇다면 그가 왜 질투의 화신, 천재를 질투해 독살한 인물로 악명을 펼치게 되었을까?
1984년 밀로스 포만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마데우스>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삶과 죽음을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시선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제5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음향상 총 8개 부문을 석권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영화는 영국의 극작가 피터 쉐퍼의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하며, 연극은 살리에리 독살설이라는 소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사실을 기초로 한 환상일 뿐이다"라고 명확히 밝혀 예술적 허구임을 밝혔으나 희극과 연극이 잇따라 성공하며 실제인 것처럼 받아들여져 '살리에리 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진다. 독살설로 인해 신경쇠약을 겪기도 했다는 살리에리의 이야기를 고려할 때, 실제 역사를 바로 잡고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마데우스>는 1823년 빈,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다!"라고 외치며 자살을 시도한 한 노인의 모습이 비친다. 그 후, 살리에리는 정신병원으로 옮겨졌고 병실을 방문한 신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신부는 살리에리가 작곡한 곡은 모르지만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은 잘 알고 있는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보인다. 살리에리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모차르트는 음악천재였고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반면, 살리에리는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아버지 밑에서 신에게 음악을 바치겠다 기도하며 자신의 힘으로 궁정악장의 자리에 올랐다. 우연히 본 모차르트의 공연을 본 살리에리는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면서도, 경박하고 유흥을 즐기는 모습에 신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신실한 신자이자 음악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했던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경박한 태도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걸까. 신에 대한 불신과 자신에 대한 한계는 그를 향한 질투와 증오심으로 번진다. 하지만 살리에리는 궁정악장으로서의 품위와 명예를 지켜야 했기에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차르트를 끌어내리기 위한 모략을 세우면서도 그의 앞에서는 그를 돕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갈등하고 스스로 정당화하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결국 본인이었다. 모차르트의 죽음이 그를 무너지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일까. 모차르트는 유흥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었고 몸을 돌보지 않은 채, 무리하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살리에리가 그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그가 비극의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모순적이게도 그 누구보다 그의 음악을 이해했던 인물이었지만 질투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모차르트라는 인물까지 망쳤다. 그래서인지 살리에리는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을 향한 원망, 자신을 향한 분노, 그리고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와 경외가 뒤엉킨 그 마음이 이해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아마데우스>는 그를 단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담긴 인간의 깊은 내면을 조명하며 질투와 열등감,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 대해 솔직하고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천재를 마주한 평범한 이의 고통과 갈등을 통해 관객과 진솔한 대화를 이어가는 영화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살리에리의 삶에 대해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역사의 한편에 남아 잊혔던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 유튜브 영상에는 <아마데우스>를 관람한 후 보러 왔다는 댓글이 꽤 보였다. 영화 정보를 찾기 전에는 모차르트의 음악 생활을 방해했던 '악역'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던 인물의 진짜 역사를 마주하며 사람이 좀 다르게 보였다. 말이라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속 인물의 한 번 굳어진 이미지는 쉽게 변하기 어렵고, 그 잣대로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역사가 아닌 가상의 인물로 설정해 두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역사와 영화 속 장면이 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질투에 대한 복잡하고 입체적인 심리묘사가 굉장히 세밀하게 되어 있어서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었다. 특히 그의 미완성 유작인 '레퀴엠'을 영화 곳곳에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에 대한 감동을 깊이 있게 전달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