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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복 위 다른 명찰, 계급이라는 다른 이름.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리뷰

by 민드레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만나보았던 대만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이 오는 7월 11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우리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지나온 교실, 우리가 거쳐간 시절과 많이 닮아 있어서 낯선 나라의 이야기인데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친구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우정, 열등감, 질투, 그리고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진심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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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주인공 아이는 입시에 실패한 후 엄마의 등쌀에 밀려 명문고인 제일여고 야간반에 입학하게 된다. 학교는 주간과 야간 모두 같은 교육을 받는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같은 교복과 책상을 사용하지만 명찰 색깔 하나로 철저히 구분된다. 그리고 이들은 같은 교실과 책상을 공유하며 펜팔을 통한 '비밀 친구'를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아이는 주간반의 민과 친구가 된다. 어느 날, 민은 교복을 바꿔 입고 함께 땡땡이를 치자고 제안한다. 처음엔 망설이던 아이는 민과 어울리며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민이 좋아하던 인기 남학생 루커와도 가까워지게 되고 자신이 야간반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주간반 영재로 자신을 속인다. 먼지처럼 조그마하던 거짓말은 점차 커지고, 민은 둘 사이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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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이라는 다른 이름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지점은 명찰로 계급이 나뉘는 교실의 풍경이었다. 명찰 색이 곧 성공 가능성을 의미하고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아이는 성적이 부족해 주간반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의 선택이 아니었고, 그 현실을 낙오나 패배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훨씬 더 문제다. 주간반 학생들은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야간반을 은근히 무시하며 ‘짝퉁’ 취급했고 아이는 그런 시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입학 전부터 막연히 불안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되자 아이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시작한다. 아무리 야간반 출신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지만 그것은 드문 예외였다. 더군다나 사춘기 시절의 차별은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과 남을 속이기 시작하면서 찾아오는 괴리감이 이전보다 더 아이를 괴롭히고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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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이야기, 씁쓸한 교실의 현실


교실은 어느 순간부터 어떻게든 동등한 위치에 있고 싶은 마음과 들킬까 봐 초조한 마음이 내내 교차하는 공간으로 변한다. 공공연한 차별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부족은 결국 명찰을 감추고 주간반 행세를 하게 만들었다. 물론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형편이 여유롭지 않은 집안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했고, 절대적인 기준은 결국 공부였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계층 상승과 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이 이야기가 대만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과도한 능력주의, 학벌 중심 사회, 명문대를 향한 강박은 한국에서도 너무나 익숙한 단어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집안일수록 '더 나은 삶'을 위해 공부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대학 진학이 계층 상승의 유일한 통로처럼 여겨지는 구조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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