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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칠 만큼 불쾌하게 스며드는 축축한 현실 공포.

영화 <노이즈> 리뷰

by 민드레


김수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영화 <노이즈>는 2025년 6월 25일에 개봉했다.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현실 공포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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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주영은 공장에서 일하던 중,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바로 동생 주희가 사라졌다는 것. 주영은 그 길로 급히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집에서 들리지 않았던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주희를 추적하던 중, 소음과 관련된 의문의 흔적들이 주영을 불안하게 만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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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공포


이처럼 영화는 단순하지 않은 문제를 여러 가지 문제와 엮어 부각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청력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은 대응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기에 보청기 없이는 위협을 감지하기가 어렵고, 도움을 청할 상대 또한 없다. 다소 감정적이며 무모한 성격까지 더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관객으로 하여금 답답함과 불안감을 안겨주지만 역설적으로 공포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보청기가 꺼진 순간 완전 무음으로 전환되고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은 공포를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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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소음


영화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공포를 예고한다.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여 사람들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특히 한국 복도식 아파트라는 밀폐된 구조는 개인의 공간을 침범하는 소리로 인한 불편함을 순식간에 공포로 바꾼다. 영화에서는 이미 층간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이 다소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는 모습이 나온다. 뉴스에서 접했던 층간소음 살인 사건들이 오버랩되며 섬뜩해진다. 처음엔 느끼지 못했던 소음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민감해져 작은 소리에도 '아 왜 저렇게 시끄러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생활 소음임에도 불구하고 밑에서 찾아올 누군가에 의한 본능적인 공포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일으키지 않은 소음으로 인해 당한 영문모를 상황에서 닥쳐온 침범이 공포로 다가왔을 때의 불안감은 끝없는 무력감을 선사한다. 층간소음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28만 5848건이며 층간소음 분쟁에서 유발된 범죄는 10년 사이 10배가 늘었다고 한다. 소음을 느끼는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고, 다른 층의 소리가 위층의 소리처럼 들리는 등 소음의 출처를 가리기 어렵다는 점은 영화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각자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극단적인 방식으로 치닫는다는 사회의 단면을 영화는 놓치지 않고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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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고통을 듣지 않는 사회


주영이 동생 주희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다. 아파트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우리 개개인이 만들어낸 단절된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책임 회피, 방관, 침묵이 빚어낸 개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주인공은 청각장애인이다. 듣는 소리가 제한적이지만 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소음으로 가득한 사회이지만 정작 들어야 할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불안과 공포, 폭력과 혐오로 뒤섞여 있고, 힘센 사람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움직일 만큼 크게 울려 퍼질 뿐이다. 작은 목소리를 듣지 않은 사회의 대가를 고스란히 우리가 받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편리함은 커졌지만, 우리는 타인의 공포를 방관하고 소란을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이기적인 풍조에 익숙해져 있다. 서로를 향해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 소음의 책임에서 정말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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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노이즈>는 일상의 소음을 사회적 문제로 확장하지만 그 깊이가 부족하다. 하지만 외면한 목소리를 소음으로 취급했을 때, 어떤 침묵의 공포로 되돌아오는지 각인시킨다.


장점

영화 보는 동안 심박수가 112까지 솟을 정도로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소름 끼쳐할 소리를 총집합하여 사람들의 감각을 날카롭게 만든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의 공포는 여름과 딱 맞는 공포영화로 제격이다. 현실적인 공포와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인상 깊다.


아쉬운 점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불쾌감이 오래 남는다. 소음을 이용한 공포 분위기 조성에는 성공했으나, 전반적인 공포의 지속력, 소재 활용, 개연성, 반전 측면에서는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특히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구조가 가장 아쉽다. 귀신이 나올 거라면 인물 중심의 서사를 줄였어야 하고, 사람 중심으로 끌고 갈 것이었다면 초자연적 요소의 개입을 더 치밀하게 설계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사연은 설득력 없이 애매하게 흘러가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층간소음, 재개발, 사회 갈등이라는 뿌리 깊은 문제들을 단순한 공포의 소재로만 소비한 것 같은 인상도 지울 수 없다. 결국 영화는 중요한 문제들을 마치 지하에 묻어놓고 덮은듯한 찝찝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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