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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마비된 시대, 더 자극적이고 더 무책임해진 우리

영화 <84제곱미터> 리뷰

by 민드레


김태준 감독이 연출한 <84 제곱미터>는 2025년 7월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제목의 '84제곱미터'는 흔히 국민평수로 불리는 33-34평이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내 집'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은 안락해야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이는 층간소음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 때문이다. 실제로도 층간소음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극단적인 사례로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 영화는 층간 소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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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30대 직장인 노우성. 그는 모든 걸 쥐어짜 내어 집을 마련한다. 적금, 주식, 대출은 물론이고 엄마의 밭까지 영. 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여 평생소원을 이뤘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 집 장만에는 성공했지만 다른 것 모두 실패했다.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치솟는다.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진 우성은 본업 외에 밤에는 이제 배달일까지 나서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여느 때와 같이 배달일을 마치고 돌아온 우성은 새벽 4시 반마다 울리는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난다.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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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과 욕망의 시작


우성은 이 무더운 여름에 아끼느라 에어컨도 제대로 못 켜고 사는데, 잠을 불쑥 깨우는 쿵쿵 거리는 소리, 진동소리가 그의 신경을 자극한다. 위층에서는 소리 낸 적이 없다 하고, 아래층은 조용히 좀 해달라고 포스트잇을 붙인다. 직접 확인하고 경고를 하겠다고 결심한 우성은 한층 한층 올라가며 어느덧 꼭대기층의 펜트하우스 집 앞에 도착한다. 바로 입주민 대표의 집이었다. 층간소음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GTX 관련 문제로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아 했고 2개월만 버텨달라는 말에 수긍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회사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 집값이 오르는 것보다 코인이 오르는 게 더 빠르다는 친구의 말에 고민한다. GB 코인 관련주를 사게 되면 빚을 갚고도 남는다는 말에 탈탈 털 것도 없었지만 급매를 해서 투자에 성공한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서 모든 것을 걸고 '한 방'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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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중독된 현대 사회


영화는 자극을 쫓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를 비춘다. 자극만 남고 해답은 사라진 현실 속에서 사실을 선택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끝없이 선동되고 타인을 갉아내리며 그릇된 행동을 반복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한 이 현실은 이야기만 들어도 오싹할 만큼 서늘해진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자극적인 콘텐츠는 오늘도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러한 무책임한 자극은 죄책감을 덜고 도덕성을 무너뜨리며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갈등과 혐오를 재생산해낸다. 사회를 더 깊은 혼란과 불신 속으로 몰아넣어 공동체가 해체되는 결과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잊은 채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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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넘치는 연출과 부족한 서사


감독은 특유의 불쾌한 긴장감과 공포감을 연출하는 데에는 분명 성공했다. 불쾌할 만큼 끈적한 날씨,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소리, 답답함을 유발하는 전개는 관객의 신경을 계속해서 긁어댄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 연출은 괜찮은 이야기 전개가 전제되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문제는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이러한 장면을 보여주었는지 설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장면은 넘치지만 이야기의 중심이 약하다 보니 영화의 전체적인 균형이 모두 무너진 모양새다. 사회문제를 다루긴 하지만 얄팍하고 인물의 심리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 그저 불편함을 자극하기 위한 전개로 이어진다. 후반부로 넘어가게 되면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현실 비판도, 장르적 쾌감도, 인물 중심 서사도 해내지 못한 채, 자극만 쫓는 현실의 구조를 영화 또한 그대로 밟아간다. 차라리 주인공이 몽유병으로 인해 무언가를 저질러 일어났다는 식의 전개였다면 조금 더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서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매도 실패를 하는 장면이 가장 현실성이 없었고 답답했다. 예약 매도를 걸어놨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주인공의 몰락을 위한 장치로서 이용된 것으로 보이지만 앞의 현실성을 잘 다룬 만큼 설득력을 잃는 것도 더욱 컸던 것 같다. 욕심을 내지도 말고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지 말라는 그런 메시지라면 굳이 왜 이렇게 극단적이고 자극적으로 풀어낼 필요가 있었을까. 아직까지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캡처.JPG 왓챠피디아는 알고 있었다 나의 예상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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