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 싸우는 무한한 믿음의 힘.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by 민드레


'판타스틱 4'는 마블 코믹스 최초의 슈퍼히어로 팀이자 마블 코믹스를 메이저 브랜드로 올린 상징적인 존재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히어로들과 세계관의 기반이 되었지만, 정작 영화로는 좀처럼 그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판타스틱 4를 온전히 경험해 본 적은 없어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마치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는 마블의 새로운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판타스틱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판타스틱한 영화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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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지구-828, 1960년대의 미국이다. 이 유니버스에서 유일한 히어로팀인 판타스틱 4는 원래 우주 탐사대원이었지만 우주 방사능에 노출된 뒤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다. 리드는 신체를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는 능력, 수는 투명화와 포스필드 생성하는 능력, 조니는 화염인간화와 비행능력, 벤은 암석화된 몸으로 인한 괴력과 내구력 상승 능력을 갖게 된다. 이야기는 팀이 된 지 4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작된다. 리드와 수는 오랜 기다림 끝에 아이를 갖게 되었고,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갤럭투스의 전령인 실버 서퍼가 지구의 종말을 예고한다. 그저 받아들이라는 경고를 남긴 채 떠났고 판타스틱 4는 이를 막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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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찬양


판타스틱 4는 이 세계에서 유일한 히어로이자 무조건적인 신뢰의 대상이다. 여러 위기에서 시민들을 구해주었기에 어떤 위기에도 그들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편으로는 그 믿음이 이해되지만 모든 것을 영웅 한 팀에게 기대고 의존하는 대중의 태도는 어딘가 기괴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특히 유일한 영웅인 판타스틱 4의 일수거일투족이 방송에 송출되고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부분은 과거 미국식 프로파간다의 연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예고 없이 닥친 위협 앞에서 사람도, 상황도 달라진다. 늘 그래왔듯 영웅이 해결해 줄 것이라 굳게 믿던 이들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 시작한다. 지금껏 그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보다는 '이기적인 선택으로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다'라는 비난의 여론이 들끓었다. 지구를 침략하지 않는 대가로 수와 리드의 아이를 요구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아이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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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중은 종종 보이지 않는 두려움 앞에서 그것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는다. 그것이 영웅이든, 신이든, 누군가가 대신 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런 상징이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자신들의 두려움을 타인에게 돌리고 책임을 묻기도 한다. 그러나 실체조차 불분명한 거대한 존재와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연대다.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서로를 탓하는 태도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공포는 영화 속의 거대한 빌런처럼 늘 우리 앞에 서 있기에 그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서로를 믿고 함께 나아가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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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고 안전하게 어벤저스로 나아가는 마블의 시도.


판타스틱 4는 분명 매력적인 팀이지만 영화화될 때마다 실패를 거듭하며 기대감을 낮춰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는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 같다. 특별히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는 익숙한 히어로물의 공식을 따라가는 데 집중한 듯하다. 요즘 마블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 같지 않아서인지, 오히려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 구성이나 연출은 특별히 돋보이지 않지만 배경 설정과 인물 간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쌓아가며 다음 챕터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들이 눈에 익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듯하다.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드라마 <완다비전>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연출을 맡은 감독이 맷 샤크먼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했다. 같은 감독의 손에서 완다가 그려졌던 만큼 다른 지구 차원의 완다와 인비저블 우먼이 만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액션이나 이야기 전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2000년대의 평범하고 익숙한 히어로물 영화를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기억에 남는 장면이 딱히 없었고 유머는 끼워 넣은 듯 어색했다. 그러나 1960년대라는 시대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만큼 촌스러워 보이는 능력이나 연출방식은 자연스럽게 잘 어울렸다. 이번 역시 단독으로는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지만 어벤저스라는 더 팀에서는 이들의 활약이 빛날 것이다. <어벤저스: 둠스데이>를 예고하는 결말은 어쩌면 타노스를 뛰어넘는 새로운 위협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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