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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조건들.

영화 <미터리얼리스트> 리뷰

by 민드레


사랑과 물질 그 두 가지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한 가지는 형태가 없고 또 한 가지는 눈에 보일 정도로 구체적이고 뚜렷하다 우리는 두 가지를 앞에 두고 반드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가지를 갖추는 것도 모두 가지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물질 만능주의 사랑에 관한 질문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 <미티리얼리스트>는 2025년 8월 8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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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커플매니저 루시는 오늘도 한 커플의 결혼을 성사시켰다. 루시는 고객의 결혼식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이 업계에서는 누구나 유니콘이라 할만한 조건을 가진 남자, 해리에게 대시를 받은 것이다. 그 와중에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던 전 남자 친구 존과 마주치면서 루시는 예상치 못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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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설계하는 여자


모든 남녀가 다 이루어지고 결혼하는 건 아니었지만 환상을 팔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자신의 직업을 누구보다 잘 활용할 줄 아는 여자였다. 루시의 직업은 서로의 조건을 제시하고 그것을 조율하여 관계를 이어주는 일이다. 그것을 뿌듯하게 여겼고 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다. 결혼 매칭은 '사랑'을 주선하는 것이었지만 무엇보다 '사랑'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고객의 나이, 직업, 연봉, 거주지, 학벌, 외모 등 조건에 따라 만남이 성사되고 그 이후에 마음에 들어도,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우르고 달래며 어떻게든 연결되게 만드는 게 그녀의 역할이었다. 현실은 냉혹했지만 이곳에서의 사랑은 그 위에 환상을 덧씌운 낭만을 판매하는 것이 이 업계의 민낯이었다. 모두가 모른 척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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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랑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


사랑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자연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고, 결혼 매칭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랑은 쉽고 데이팅은 어렵다는 말이 처음엔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조건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 사람의 심리를 반영한 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가 그리고 그녀의 선택이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지만 이별을 고해야 하는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는 걸 이제는 이해할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조건에 맞는다고 해서 관계가 완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에는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힘든 일을 겪으면서 우선적으로 여기던 것은 물질이 아닌 사랑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아끼던 고객의 조건에 맞게 소개해준 남자에 의해 위험한 일을 당하는 일을 겪으며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껏 사랑보다 앞세웠던 ‘조건’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랑과 조건 사이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녀는 사랑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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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하는 연애, 계산할 수 없는 사랑


루시는 결혼 중매 업체에서 일하는 만큼 조건을 듣는 순간 어느 정도의 등급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연애만큼은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전 남자 친구와 열렬히 사랑했지만 그만큼 구질구질했던 돈 문제로 누가 봐도 돈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 그녀의 앞에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해리와 존.


해리는 이쪽 업계에서는 유니콘이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조건을 갖춘 남자이다. 고급레스토랑도 거뜬히 예약할 수 있고 여행도 손쉽게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졌다. 전반적으로 삶의 격 자체가 다른 그는 상대의 나이나 소득과 같은 조건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자신이 존경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여자를 원한다고 한다. 물질적 자산은 영원하지 않기에 당신의 유형적 자산(말투, 사고방식, 삶의 태도와 같은 것들)에 끌리는 것이라고 고백하는 남자였다. 그게 바로 당신이라고 말이다. 그의 말은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반면, 존은 자신이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전남자친구다. 37세에 이룬 것 없는 무명배우에 셰어룸에서 살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사람이었다. 25달러 때문에 길 한복판에서도 싸웠던 사람이지만 어떤 조건도 그를 사랑하지 않게 만들지 않았다. 그녀가 잊지 못했던 건 계산 없이도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그 마음 때문이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달려올 수 있고 하루 종일 기다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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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두 사람의 이야기지만..


줄거리나 설정을 살펴보면 처음엔 다소 낯설고 추상적이라는 느낌을 자아낸다. 그래서 뭐 결론이 뭔데? 결론은 꽤 단순하다. 고대부터 지속되어 온 사랑은 오직 두 사람을 위한 것이며 가치관이나 이념 사상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또한 사랑은 시대가 달라져도 서로에게 영원을 약속하며 지속된다는 것이다. 순수한 형태의 사랑을 꿈꾸듯 이야기가 그려진다. 영화 속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소 조심스럽고 정제된 방식으로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비현실적인 동화처럼 말끔하고 낭만적인 것에 가까운 감정선이 이어진다. 갈등은 얕고 이상적인 사랑의 외피만 따온 것 같다. 이야기와 주제가 겉돈다.


주제 의식을 풀어내는 방식이 흔하게 느껴져서겠지만 사랑에 빗댄 비유가 그다지 와닿지 않고 피상적이었다. <페스트라이브즈>에서도 느꼈던 감정이 이 영화에서도 느껴졌다. 왠지 모를 갑갑함과 이질감. 그건 이 감독이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해서기도 하지만 와닿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다. 자신의 이야기 같지 않고 철저한 대본에 의해 ‘연기’한다는 게 전해졌다. 누군가에겐 그런 부분이 자연스러울 수 있겠지만 나에겐 부자연스러웠다. 영화 속 인물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겉을 나돌았던 것처럼 나도 그런 기분을 느꼈다.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감정의 흐름이 끝끝내 설득되지 못한 탓에 몰입감이 떨어진다.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예쁜 말과 낭만적인 장면으로 포장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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