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가 이사 왔다> 리뷰
이상근 감독의 신작 <악마가 이사 왔다>는 2025년 8월 13일 개봉했다. 전작 <엑시트>에서 재난과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많은 관객을 동원했던 것만큼 이번 작품에도 큰 기대가 쏠려있다. 임윤아와 안보현이 선보일 특별한 로맨틱 코미디 케미가 이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매일매일 괴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봉구는 퇴사를 결심한다. 퇴사 후 백수가 된 봉구는 아랫집에 이사 온 선지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다음 날 새벽, 선지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고 험한 일(?)을 당하게 된다. 전혀 다른 선지의 모습에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녀의 비밀은 바로 새벽이 되면 악마가 깨어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선지의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게 된 봉구에게 선지를 돌봐주는 보호자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태권도, 검도, 합기도, 테니스 등등 시도해 본 것은 많지만 제대로 딱 하나 잘하는 것 딱히 없었다. 그랬던 봉구는 뽑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척척 뽑을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노력한 만큼 결과를 안겨주지는 않는다. 그런 현실은 봉구를 절망과 무기력으로 몰아넣는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지를 만났고 새벽에는 악마의 보호자가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활기를 느끼게 된다. 선지와 함께하는 과정에서 봉구 역시 변해간다.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봉구가 밤의 선지를 변하게 했던 것처럼, 선지 또한 봉구를 변하게 만들었다. 틀에 박힌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영화에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단지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상세히 다루어지지 않는다. 사소한 악행을 삼았던 악마가 변하는 계기가 진심 어린 사랑에 의해서라는 그런 단순한 이유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가족애라는 것도 다루어졌지만 로맨스를 위한 장치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코미디다. 물론 웃음이 나는 장면이 있었지만 다소 가볍고 타이밍도 아쉬웠다. 후반부에는 멜로도, 코미디도, 호러도 아닌 어정쩡함에 긴장감과 재미 모두 사라졌다. 감독 특유의 재기 발랄한 유머 감각이 이 영화에서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소재는 흥미롭지만 활용이 아쉽다. 로코물도 공포물도 아닌 어정쩡한 무언가가 나와버렸다. 감독의 전작에서의 신선함은 온데간데없고 장점이 모두 사라진 모습이다. 판타지적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신 현실적인 면에 적절히 순응한 방식이 다소 아쉽다. 주연배우들의 시너지 효과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전개 자체가 아쉬운 편이다 보니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저주가 아닌 악마라는 소재를 끝까지 밀고 갔다면 훨씬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선한 캐릭터 설정은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좋은 영화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야기 자체가 너무 단순하다 보니 숨겨진 반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신선함 대신 안전한 선택을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영화로 남아버렸다.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으며 오래 기억될만한 영화도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