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발레리나> 시사회 리뷰
킬러와 발레리나. 전혀 다른 두 단어 같지만 그 안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노력'이다. 발레리나는
매일같이 이어지는 기초 훈련, 뼈가 비틀리고 관절이 뒤틀릴 만큼 반복되는 동작, 발가락이 터지고 피가 배어 나와도 멈출 수 없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완성된다. 무대 위의 우아함은 이렇게 쌓인 고통을 먹고 자라 빛난다. 킬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단련한다. 철저히 훈련된 신체와 냉철한 감정 통제, 수천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민첩한 움직임으로 단 하나의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발레리나도, 킬러도 철저한 훈련과 단단한 신체, 고통을 견디는 의지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지금 발레리나이자 킬러가 된 한 여자의 복수극이 펼쳐진다. 존 윅 유니버스의 본격적인 확장을 알리는 영화 <발레리나>는 2025년 8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브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전설적인 킬러 '존 윅'을 배출한 루스카 로마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쳐 킬러로 성장한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이들을 쫓던 이브는 거대한 조직의 실체에 접근하고 결국 킬러들의 표적이 된다.
영화 첫 장면에서 이브의 아빠는 자신이 견뎌야 했던 삶과는 다른 삶을 이브에게 선물해 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이브 앞에 놓인 최선의 선택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바로 그녀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조직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브의 아버지가 원치 않았던 킬러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어진 힘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과거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쉬워 보였지만 개인의 선택이나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천지만별의 차이를 가져온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이브에겐 답을 내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브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선택하는데 간접적인 영향을 줄 누군가가.
루스카 로마는 정교회 성당과 러시아 전통문화 극장으로 위장한 킬러 양성 조직이다. 소녀들은 발레리나로, 소년들은 그래 플로로 키운다. 킬러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경우에는 발레리나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전설적인 존 윅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수업들은 예술이나 스포츠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아름다운 무대와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지만 실제로는 냉정함과 인내심, 고통을 견디는 시험하는 무대임과 동시에 킬러로서의 자질을 평가받는 전쟁터였다. 화려한 동작 뒤에는 땀과 치열한 혈투가 펼쳐진다. 이브는 살아남기 위해 또 킬러로 거듭나기 위해 단련한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이들이 연관되어 있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조직의 일부를 발견한다. 그녀는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발레리나>의 시간대는 존 윅 3 이후 존 윅 4 이전이다. 영화는 우아한 살의의 액션, 그리고 피로 얼룩진 복수의 서사를 스크린 위에 펼쳐낸다. 어울리지 않는 이 세 단어가 어우러져 그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존 윅표 액션맛이 우러나온다. 존윅이 철저하고 차갑게 비정한 복수를 완성했다면 이브는 그와는 또 다른 매력의 뜨거운 복수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뤄낸다. 신체의 한계로 주변의 환경을 활용하여 돌파하며 싸워나가는 방식은 매우 인상 깊다. 존윅 시리즈가 그랬듯 각본의 중요성보다는 전적으로 액션에 초점을 맞춘다. 존윅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의 존재는 뚜렷하다. 직접적인 개입이 아닌 누군가의 선택이 자신보다 더 자유롭길 바라는 듯한 태도로 멀리서 지켜보는 그의 시선이 묘하게 따뜻한 건 내 착각일까. 여전히 살아있는 존윅을 자연스레 따라가는 이브의 또 다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