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좀비딸> 시사회 리뷰
감염병 팬데믹을 지난 지금 이 영화는 우리에게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가족을 지키려는 부성애는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공동체를 위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을 남긴다. 이기심과 공존 그 사이의 틈에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한 인물의 행동은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멀리서 보면 남의 이야기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필감성 감독이 연출한 <좀비딸>은 2025년 7월 30일 개봉한다.
두 사람은 춤을 함께 출 정도로 친구 같은 부녀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던 그들 앞에 재난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서울 도심에서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하며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인다. 정환과 수아가 사는 지역도 안전하지 않게 되자, 정환은 어머니 밤순이 살고 있는 시골 마을 은봉리로 피신할 결심을 한다. 하지만 탈출을 앞두고, 수아가 누군가에게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정부는 감염자에 대한 즉각 사살과 은폐 시 처벌을 강력히 공표하고 정환은 딸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들은 이 위기 속에서 계속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죽어 마땅한 '좀비'가 아니라 끝까지 함께 살아가야 할 가족으로 인식한다. 이 영화는 그 지점에서 다른 좀비물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기억하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 있다면 치료할 수 있는 병일 수도 있는 것이다. 치료보다는 전염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국가의 입장과 보편적인 좀비물의 규칙과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정환은 수아가 여전히 사람을 인식하고 기억한다는 사실에서 가능성을 본다. 그것이 착각일지라도 그 착각조차 놓을 수 없을 만큼 간절한 마음이 변화를 가져다준 것이다. 너무 쉬운 방법으로 소중한 것들을 놓아버리고 손쉽게 해결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가족'이다. 가족은 한 가지 형태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혈연이나 제도 안에서만 유지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기에 더욱 소중하다.
높은 싱크로율이 돋보이는 웹툰 원작 영화다. 따뜻함과 코미디, 가족애까지 모두 잡아 더욱 흥미롭다. 기존 좀비물과 달리 긴장감보다는 감성에 집중한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전개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진다. ‘좀비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 본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따뜻한 가족 드라마로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코미디와 부성애가 어우러진 이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며 극장을 방문하는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