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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n 11. 2022

손을 드는 수많은 사람들, 어떤 사람도 행동하지 않아

영화 <플란다스의 개> 리뷰


플란다스의  동화처럼 따뜻하지도, 감동스럽지도 않은 퍽퍽한 빵같은 영화다. 부끄럽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내면을 감독의 손을 통해 기꺼이 드러내고 불편하지만 직면해야할 문제들을 나열한다. 분명 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지만 개를 위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을 위해 개를 이용하는 사람들만 등장한다. 시간 강사 윤주, 부랑자와 경비원, 현남, 그리고 금방 다시 강아지를  인까지.

 


시간강사 윤주는 시시각각으로 밀리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가득한데, 계속 들려오는 개소리에 더욱 화가나 진원지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끝내 찾지 못한 윤주는 옆집 문 앞의 강아지를 발견하고 납치해서 지하실에 가둬 버렸다. 한편,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리일을 하던 현남에게 어떤 꼬마가 다가와 삔돌이를 찾는 전단지를 가져와 도장을 부탁하고 현남은 아파트 내부에 강아지 전단지를 붙인다. 동창회에 참석한 윤주는 1500만원이라는 숫자에 착잡하기만 하다. 잠든 와이프의 배를 보며 술주정을 하던 윤주는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소리의 진원지를 드디어 발견함과 동시에 자신이 없애버린 강아지는 짖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하실로 가서 강아지를 찾아봤지만 사라진 강아지와 무서운 이야기가 그로 하여금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마침내 찾아낸 강아지를 던진 윤주는 그 장면을 목격한 현남에게 뒤쫓기고 현남은 윤주를 쫓지만 갑자기 열려버린 문에 잡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잔잔하던 영화의 흐름에 갑작스런 추격이 불어닥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소리의 진원지를 제거한 윤주는 와이프 은실이 데려온 푸들, 순자에 더욱 괴롭다. 짙은 연기가 지나가고 행방불명된 순자를 찾기 위해 전단을 붙이는 윤주의 모습과 초반의 현남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산을 장미와 함께 올라가던 현남의 뒷모습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다가 돌아보는 현남에 눈이 번쩍 뜨였다. 돌아보는 현남이 거울을 꺼내곤 햇빛을 반사해 나의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 놓곤  한 곳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든다. 방심하던 순간 드러나는 나의 표정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비춰지고 있지만 이 거리에서는 볼 수 없었다.     



풋풋함이 가득하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플란다스의 개’에서 발견한 무기력한 인물들의 웃음을 볼수는 없었지만 얼떨결에 지나가는 일상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저 자신이 주목 받기를 바랐던 현남은 선의를 건넸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다가오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그림자 안에서 움직였던 윤주와 경비원은 이득을 얻었다. 분노가 자연스레 자신보다 힘이 약한 이에게 이어지지만 그저 종이 한 장에 건넬 수 있는 돈이 여기에는 없고 저기에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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