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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마다 영업합니다. 노인들의 살인클럽?

영화 <목요일 살인클럽> 리뷰

by 민드레


2025년 8월 2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목요일 살인클럽>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미스터리 추리물의 틀을 빌리지만, 잘 다뤄지지 않는 ‘노인들의 활약’을 중심에 세우며 차별화를 꾀한다. 긴장감 넘치는 범죄극보다는 노인들이 쌓아온 경험과 관계 속 지혜가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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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은퇴자들이 모여 사는 실버타운 ‘쿠퍼스 체이스’. 이곳에서 노인들은 퍼즐클럽 모임을 갖지만, 목요일마다 ‘살인클럽’이 열리곤 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미제 사건을 추리하는 모임인데, 우연히 실제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이 네 명의 노인들이 직접 해결하는데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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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사건과 노년의 삶


사건의 진상은 의외로 단순해서 다소 허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은 추리의 밀도나 해결되었을 때의 쾌감보다는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목적과 의미를 되새기는 데 있다. 전직 요원, 정신과 의사, 간호사, 노동운동가 출신의 네 노인이 모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며, 열정적인 순경을 앞세워 사건에 끌어들인다. 결국 이들의 경험과 지혜가 수사에 보탬이 되지만 먼치킨 전직요원 덕분에 사건이 일사천리로 풀려버리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부유함과는 별개로 고독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사건을 파헤치는 동안 그 고독을 잠시 잊게 해 주고 함께하는 이들과의 동질감을 가지며 삶에 목적을 부여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은퇴 후 방향을 잃은 이들이 다시 열정을 되찾고,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주체가 전직 요원, 정신과 의사, 간호사, 노동운동가처럼 전문직 출신 인물들로 한정되면서 특정한 경력을 가진 이들만이 노년에도 활약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물론 사건 해결하는 것 자체가 보편적인 일은 아니지만 선택받은 특정 노인들의 특수한 활약담에 그친다는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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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극보다는 드라마


영화는 동시에 노년의 고독, 치매, 세대 간의 단절 같은 문제들을 다룬다. 그러나 이를 깊게 파고들기보다 유머와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추리물로서의 긴장감이나 치밀함보다는 인물관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반부의 사건과 후반부의 사건이 맞물리며 영화 속의 드라마를 더욱 잘 연결시키는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다만, 추리적 완성도가 다소 부족해 미스터리 추리극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실제 살인사건이 터지자 들뜬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불편함을 남기기도 한다. <목요일 살인 클럽>은 원작의 충실한 재현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가볍고 유쾌한 캐릭터 중심의 오락 영화를 원했던 관객들에게는 충분한 만족감을 줄 것이다. 후속 편이 나온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원작의 정신과 영화적 재미 사이에서 어떤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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