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백의 역사> 리뷰
2025년 8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고백의 역사>. 남궁선 감독은 이 영화를 행복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봐 주는 사람들과 함께 쌓아가는 소소한 시간들의 가치를 되새겨 보는 경험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화는 그런 의도처럼 사랑스러운 10대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담아낸다. 이 영화의 '고백의 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고백했더니 사촌, 고백에 했더니 다음 날 전학... 잇따른 실패로 고백에 성공하지 못하는 '고백의 역사'를 가진 세리는 더 이상 고백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운명처럼 찾아온 짝사랑의 상대 김현이 나타나며 일생일대의 고백 대작전을 펼친다!
고백하는 것만 문제인 줄 알았더니 아빠를 닮아 악성 곱슬까지 말썽이다. 짝사랑 상대 김현은 핑클 이효리의 생머리를 좋아한다나. 어떻게든 스트레이트 펌을 하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과 같은 악성 곱슬이었던 고인돌이 완전 생머리로 온 것이다! 고인돌이 말하길 미용실에서 서울 매직 스트레이트를 하면 된다는데, 20만 원이란다. 근데 마침 전학생 한윤석의 어머니가 운영한다네? 전에 윤석이 바다에 빠진 걸 구해준 것과 다리를 다쳐 도와주는 대신에 매직 스트레이트를 얻어내는 계획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결전의 날, 수학여행에서 김현에게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사랑은 그렇지 자꾸 신경 쓰이고 챙겨주고 싶어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좋지만 나를 좋아해 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예뻐 보이고 싶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해 주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도 여전히 자신을 바라봐주는 모습에 더 마음이 간다. "항상 내가 변해야 누군가가 내를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라는 말처럼 짝사랑하는 상대는 점점 멀어지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과 가까워진다. 때론 현실의 벽에 사랑이 가로막히기도 하지만 "손에 꼭 쥐고 있던 너의 이름이 이제는 가슴속에 새겨져서 지워지지 않아."와 같은 진심 어린 마음이 결국 모든 것을 넘어선다.
이 어설프고 귀여운 짝사랑과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우정이라니. 그야말로 한국 하이틴의 정석을 보여준다. 클리셰적 요소가 상당히 많다고도 할 수 있지만 상당히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의 모습이 돋보여 더욱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떨리는 마음이나 콤플렉스로 인한 스트레스, 친구들의 우정을 매우 잘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절로 미소가 나는 이야기지만 후반부 전개가 다소 급하게 마무리되며 윤석의 가정사나 세리의 과거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대적 배경을 일부 반영하고 있으나 1998년이 IMF로 인해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고 가장 암울한 시기였지만 이런 시대의 그림자보다는 청춘의 낭만과 설렘으로 가득한 시대로 채워 넣는다. 이러한 시대를 배제한 것은 힘든 시절에도 존재했을 사랑과 낭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사라져 가는 진심 어리고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당신에게 있어서 고백의 역사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를 되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