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러 NO.3> 리뷰
원소 시리즈의 마지막 장을 장식할 영화 <미러 NO.3>는 한순간에 찾아온 상실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충만한 사랑에도 비밀이 있었으니. 물과 불을 통해 이어온 감정선을 떠올려보면 더더욱 이 작품이 우리에게 남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 영화는 2025년 10월 1일 개봉 예정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젊은 피아니스트 로라는 낯선 여성 베티에게 구조된 후, 그녀의 시골집에 머물게 된다. 베티의 따뜻한 태도와는 달리 그녀의 남편과 아들은 로라에게 냉담하고 때로는 적대적이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집안이지만 어딘가 비밀스러운 균열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더욱이 마을 이웃들은 로라를 향해 흘낏거리며 수군댔고 그 시선은 불쾌함을 넘어 불안감으로 번져간다. 시간이 흐르며 로라는 자신이 단순히 손님이 아니라, 이 집안이 감추고 있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 처음 보는 두 사람이지만 베티는 라우라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알 수 없는 이끌림이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주었다. 편안한 일상이 이어지는 듯했지만 이 집에 원래 있었던 아버지와 아들을 초대하면서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라우라가 온 이후로 분위기는 확실히 바뀌었지만 수상한 이웃들의 눈짓이 뭔가가 감춰져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 집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끊임없이 고장 난 물건들을 수리하지만, 잠시 뒤 다시 망가져 결국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이 벌어진다. 계속해서 고쳐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고장 난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새것이 될 수가 없다. 또한 대체될 수도 없다.
'대체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행동이 이어지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 가족이 상실을 겪고 상처를 극복해내지 못해 어색함은 단절로 이어졌다.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라우라가 나타나면서 가족 간의 공백도 조금씩 메워지고 있는 듯했다. 인물들의 공허함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사랑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 방법을 알지 못해 주변부를 맴도는 모습은 가족이 아닌 라우라에게서도 드러났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우울에 잠식되어 자신이 지금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무엇을 놓고 왔는지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베를린에 데려달라는 말을 하며 사건이 벌어졌고, 배티의 가족들과 만나게 되었다. 배티는 공허를 곳곳에 발산하며 가족의 해체를 앞당겼고, 리처드 그리고 막스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수리하지만 다시 고장 나는 모습이 가족의 균열을 드러낸다. 어쩌면 잘못된 만남이라고 할지도 모를 이 관계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어디서부터 시작이 된 것인지 눈치채기도 전에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그 사건이 죄책감의 감정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감히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왠지 끈적하면서도 자신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는 그 눈빛은 괜스레 찝찝함을 남겼다. 하지만 라우라에겐 그녀의 눈빛이 관심으로 느껴진 것일까. 자신이 있던 곳이 아닌 그녀의 곁에 있겠다고 말하며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한순간의 상실의 자리를 파고들어오는 위로와 같은 사랑에 편안함을 느낀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찾아오는 죄책감의 그림자를 피우기 전에 따뜻함으로 감싸주는 그 마음에 의지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계속 함께하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흔적을 자신에게서 찾는 거라고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관객으로서는 그 미묘한 긴장감을 포착하게 된다. 어딘가 불안하다.
영화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설명도 최소화한다. 그래서 로라가 원소와 어떤 연관을 지니는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어쩌면 다시 한번 봐야 명확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순간의 진심만은 거짓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만과 욕망에 책임을 져야만 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눈동자에 비칠 때의 그 좌절감이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감정이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갈 마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깊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 사랑이 모든 걸 이겨내지 않을까.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은 왜 <미러 NO.3>일까? 분명 원소 3부작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미러'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3부작이라고 하기엔 의미를 가져다 붙인 느낌이 컸다. 한 사람을 또 다른 누군가에 투영하는 모습이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비유된다. 또, 공기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들, 기만과 의심이 파고드는 평온한 일상은 결국 낯설고 불안하게 변하는 모습을 포착한다. 이 평온함 속에 감도는 미묘한 긴장은 스릴러에 가까운 심리극으로 이어진다. 다만 플롯 자체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이 있어 아쉬움도 남는다. 담고자 한 것이 많아서였을까, 때때로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뻔한 이야기처럼 그려져서인지 감독의 기존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결이 느껴져 낯설었다. 그럼에도 사라지는 많은 것중에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려는 그 따뜻함의 의미만큼은 충분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