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든, 삶이든 네 멋대로 해봐라.

영화 <네 멋대로 해라> 리뷰

by 민드레


1960년, 한 젊은 프랑스 비평가가 카메라를 들고 파리 거리에 나섰다. 그 당시 영화 촬영 방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연출은 누벨바그라는 거대한 물결을 일으켰다. 그 젊은 비평가의 정체는 바로 누벨바그의 중심 장 뤽 고다르다. 그의 첫 장편영화 <네 멋대로 해라>가 왜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의 바이블로 언급되는 이유는 그가 남긴 혁신적인 영화적 언어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떻게 청춘의 자유와 무모함을 스크린에 옮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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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험프리 보가트를 선망하는 미셸. 그는 차를 훔쳐 달리다가 경찰을 살해하고 도주하던 중, 패트리샤에게 로마로 같이 갈 것을 제의한다.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패트리샤는 미셸을 사랑하는지 확신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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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험프리 보가트는 1940-1950년대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마초의 대명사이다. 트렌치코트, 중절모, 담배를 입에 문 채 나른하고 짧게 뱉는 말투, 터프한 외모가 특징적이다. 미셸은 험프리 보가트를 선망하는 만큼, 그처럼 중절모를 쓰고 담배를 입에 문 채 엄지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지르는 행동을 한다. 자신의 현실과는 다른 '터프하고 멋진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에 '허세'를 부리고, 그 이미지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무정부주의적인 삶을 꿈꾼다. '네 멋대로 사는 삶'이 옳다는 것에 합리화를 하기 위함이지만 그럴수록 괴리감이 더해져 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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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샤

파트리샤는 미국인 유학생으로, 샹젤리제 거리에서 신물팔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르본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중이다. 그녀는 미셸의 거칠고 무정부주의적인 매력에 끌리지만 그와 함께 하는 삶에 대해서는 약간은 확신이 없다. 미셸을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 있지만 그의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무모한 자유에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녀의 사고는 '감정적 확신'보다는 '이해'에 가까운 지적 탐색에 머문다. 파트리샤는 미셸의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무모한 자유를 이상으로 바라보면서도 그의 범죄 앞에서 도덕적인 경계를 지킨다. 자유를 동경하는 것과 범죄에 동참하는 것이 동일선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에 선을 그은 것이다. 미셸이 경찰을 살해하고도 자신의 자유 그리고 낭만만을 강조하는 도덕적 해이가 그녀의 역겨움을 불러왔다. 파트리샤는 범죄를 허용하지 않는 도덕적 판단과 자유의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청춘의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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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가 시도한 연출방식은 파괴적인 것을 넘어서 청춘의 불안을 포착하기에 딱 적절한 영화의 언어였다. 일관성이 없고 우연성에 기대며 순간을 포착하는 즉흥성, 변동성, 일상성을 반영한다. 또한, 제대로 된 대본도, 예산도 없이 핸드헬드 카메라와 점프 컷(Jump Cut)이라는 전례 없던 연출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이 무모한 형식이 바로 무모함의 리스크를 짊어진 청춘의 불안하고 모순된 자유를 완벽하게 포착한다. 점프 컷은 관습적인 시간의 흐름을 파괴하며 장면과 장면 사이의 불필요한 연결 고리를 냉정하게 잘라낸다. 이는 주인공 미셸의 삶처럼 일관성이 없고 규칙적이지 않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현실의 무작위성이 그대로 스크린에 담긴다. 영화는 형식적인 틀이 갖춰져 있지 않아도 마치 인생처럼 순간의 감각으로 흘러가고, 끝나지 않을 이야기처럼 자유롭게 나열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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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제목 네 멋대로 해라는 청춘의 무한한 자유를 빗대어 표현하는 듯 하지만 원제 À bout de souffle>(마지막 숨)에서 생각하면 그 자유가 가져오는 막대한 리스크를 잔혹하게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미셸이 추구한 무정부주의적인 삶은 기성 질서에 대한 방종이었고, 그 방종의 크기가 클수록 그가 짊어져야 할 책임인 잃게 될 '마지막 숨'의 크기 또한 비례했기 때문이다. 특히 파트리샤의 대사 "불행해서 자유롭지 못한 건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처럼 낭만을 추구하더라도 현실에 어느 정도는 순응해야 함을 보여준다. 자유는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현실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다소 잔혹하게 보여준다. 1960년대라는 시대의 변화가 절실함을 강조하는 시대를 관통하면서도, 고다르는 극단적인 자유는 결국 개인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정부주의적인 청춘의 이상과 현실적인 선택 사이의 불가피한 타협을 통해, 이 영화는 낭만적이지 않은 가장 현실적인 교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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