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설명할 수 없어 더욱 미묘하고 애틋한 사랑.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리뷰

by 민드레


설명할 수 없어 더욱 미묘하고 애틋한 사랑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가족'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은 침묵이 되기도 하고 말로 다 담지 못한 아쉬움이 되기도 한다. 짐 자무시 감독은 이 순간을 영화로 옮겨냈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매우 고요하고도 미묘한 뉘앙스를 띠되, 재밌고도 슬픈” 작품으로, 2025년 12월 31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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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


미국 북동부, 남매는 오랜만에 아버지 집에 방문한다. 차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아버지에 대한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처럼 마당에는 낡은 트럭, 집안에는 오래된 가구, 곳곳에 고장 난 물건들이 있었다. 세 사람은 차를 마시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 하지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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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권력?


불편한 자리를 간신히 빠져나온 남매가 마주한 진실은 다소 허탈하다. 아버지가 '가짜'라고 감췄던 롤렉스 시계는 사실 진짜였고 그의 형편은 자식들에게 손을 벌려야 할 만큼 궁핍하지 않았던 것이다. 초반, 아버지가 커튼을 치고 이곳저곳에서 물건을 들고 와 소파 위, 책상 위로 옮겨두었던 행동은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연출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무언가가 고장 나거나 부족해야만 자식들이 방문한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연기해 온 것이다. 당장 고쳐주겠다는 말에 부담 주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배려처럼 보이지만 이 '불편하고 안쓰러운 연극'에 조금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경제적 도움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매개로 자신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함인 것이다. 진실한 대화법을 잃어버린 노인이 선택한 비극적인 소통 방식은 오직 '문제'가 있을 때만 서로를 대면하는 현대 가족의 서글픈 풍경이 이 진짜 롤렉스 시계의 금빛 광채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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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아일랜드 더블린, 티머시와 릴리스는 1년에 한 번 엄마의 집에 방문해 티파티를 한다. 두 자매가 오기 전, 엄마는 완벽하게 테이블을 세팅한 후 두 사람을 기다린다.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시간은 흐르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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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통제.


미국 시골의 먼지 쌓인 집을 떠나 도착한 아일랜드 더블린, '파더'의 에피소드와는 정반대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파더'의 아버지가 낡은 물건들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불쌍함'을 연출했다면, '마더'의 어머니는 티끌 하나 없는 완벽한 공간을 통해 우아한 통제로 두 자매를 휘어잡는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서적 교류가 아닌 정해진 시기에 반드시 치러야 하는 연례행사처럼 느껴진다. 이 에피소드에서 '물'은 '차'에 의해 데워져 마시는 용도로 쓰이지만 그 온기는 가족의 마음을 데우지 못한다. 숨 막히는 정적과 가끔 띄는 미소는 분위기를 더욱 어색하게 만든다. 엄마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티모시와 자유롭고 당당한 릴리스의 모습이 대비된다. 어머니가 세워둔 완벽한 통제에 맞대응하는 릴리스의 모습은 어머니와 자신 사이의 투명하고 단단한 선이 그어졌음을 보여준다. 불편할 시간을 보내다 헤어질 순간에 찾아오는 묘한 안도감은 이 '완벽한 티파티'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피로감을 주는 일인지를 보여준다. 테이블 위에는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했으나 손도 대지 않은 디저트들이 남겨져 있다. 겉으로는 아쉬움을 가장하며 다음 해를 기약하지만, 그 약속은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라기보다 이 불편함을 미루기 위한 유예에 가깝다. 끝내 남아버린 디저트처럼 이 가족의 감정 역시 꺼내어 나눌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방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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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브라더


프랑스 파리,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부모님의 쌍둥이 남매가 부모님의 아파트로 향한다. 그들이 남긴 물건을 보며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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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을 애도하다.


앞의 두 이야기가 '갈등'과 '문제점'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지막 이야기는 '애도'에 초점을 맞춘다. 쌍둥이의 중심이었던 부모님이 사라지며 쌍둥이라는 끈끈함, 가족이라는 애틋함이 더욱 커진 것이다. 아마 앞선 이야기의 남매, 자매가 이런 사건을 겪게 되면 일어날 일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은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들이 모르던 부모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좋지 않은 모습이라 할지라도 남매를 사랑해 주었던 그 마음만큼은 분명하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 '추억'을 애도한다. 어떤 사람인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쌍둥이 남매를 연결하는 뿌리이자 공유된 기억의 집합체이다. 파리의 아파트 안에서 나누는 이 따뜻한 연결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완성은 완벽한 이별 뒤에 찾아오는 애도의 시간 속에 있음을 말해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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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가족의 파편화된 세계를 통해 권태로운 감정과 애틋함을 보여준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약간의 지루함을 안겨주지만 특유의 건조한 유머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가족의 여러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남긴다. 겉으로 봐서는 완벽한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색한 대화로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는 모습은 현대인이 느끼는 가족의 단면과 맞닿아 있다.


1부, 2부, 3부 모두 다른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히 모든 이야기에서 다루는 물, 스케이트보드, 시계, 농담, 차와 같은 요소들은 특별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소박한 소재들은 지난 시절을 되돌릴 수 없는 후회와, 가장 가깝기에 오히려 더 말할 수 없었던 가족 간의 비밀을 투영한다. 예를 들어, "밥이 네 삼촌(Bob’s your uncle)"이라는 농담은 그 자체로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는 단순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가족 관계 역시 겉으로는 한없이 복잡하고 난해해 보이지만, 실상은 사랑받고 싶거나 혹은 홀로 서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욕망에서 출발한다. 짐 자무쉬는 이 무심한 소재들을 통해 가족이지만 가족이라서 더 알 수 없는 비밀과 그 복잡 미묘한 거리감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비록 우리가 그들의 완벽한 결합 안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관객들은 화면 속에서 흐르는 물과 식어가는 차를 보며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기도 한다. 결국 이 영화는 가족이란 완벽한 이해의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과 비밀을 묵묵히 견뎌내며 함께 차 한 잔을 나누는 그 '지루한 과정' 자체임을 나지막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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