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리뷰

by 민드레


우리는 흔히 누가 봐도 자신에게 득 될 것이 없는 상황에 몸을 던지거나 뻔히 보이는 함정으로 뛰어드는 이를 '어리석다'라고 말한다. 2026년 1월 7일에 개봉한 영화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는 제목부터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 어리석은 자가 누구인지 생각하게끔 만든다. 도쿄의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서 이들이 내딛는 그 위태로운 발걸음은 과연 어떤 어리석음을 뱉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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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 자연스레 범죄 집단의 말단이 된 타쿠야와 마모루. 그들은 SNS를 통해 의지할 곳 없는 남성들을 유인하고 그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호적을 사고파는 비열한 범죄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비록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범죄의 굴레 안에 있지만, 타쿠야와 마모루는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의형제 같은 존재다. 누구보다 평범한 청춘을 꿈꿨던 두 사람은 언제나 함께였고 그 유대감만이 그들을 숨 쉬게 한다. 그러던 중 타쿠야는 자신들을 이 세계로 이끈 형님 같은 존재인 카지타니의 도움을 받아 마모루와 함께 이 지옥 같은 밑바닥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신분을 얻으려는 그들의 시도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과 얽히며 비극적인 도주극으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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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에는 아름다운 이미지, 평온한 골목, 정갈한 음식, 담백한 등장인물들의 관계로 일본이라는 세상을 그려놓는다. 하지만 감독은 일본이 외면하고 싶은 양극화와 빈곤을 담아내며 극대화로 대비한다. 아름답게 수놓은 일본의 겉 포장지를 거칠게 찢은 후 그 뒤편의 서늘한 민낯을 드러낸다. 영화의 배경인 도쿄의 네온사인은 청춘들을 빛나게 비추는 조명이 아니라 그들을 경제적, 정신적으로 궁핍하게 만드는 그림자라는 것이다. 일본 영화 특유의 서정성을 기대한 관객에게 이 영화는 벚꽃이 아닌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의 감촉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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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의 책임


카지타니는 타쿠야를 타쿠야는 마모루를 구원했다. 하지만 먹이사슬처럼 얽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이기도 하다. 쉽게 나갈 수 없는 이 세계에 발들이게 만드는 가해의 '책임'은 서로에게 치명타가 된다. 서로에게 굉장히 해로운 관계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서로를 존재하게 만든 유일한 구원자였다. 타쿠야는 마모루가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가 바로 자신에게 있기에 마모루만큼은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준비를 완비했다. 그 모습을 본 카지타니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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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된 돌봄


타쿠야나 마모루는 사회나 부모로부터 돌봄 받지 못했다. 타쿠야는 자신이 받지 못한 부모의 온기를 투사하며 마모루만큼은 자신처럼 망가지지 않길 바라는 대리적 부성애를 투영한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환경은 누군가를 돌볼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지키려 할수록 더위 험해지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재회를 바라게 된다. 같이 전갱이 조림을 반찬으로 한 밥상을 나누고 웃는 소박한 일상, 그 당연한 행복이 왜 그들에겐 허락되지 않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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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버린 대가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의 괴로움으로 인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과거를 버렸다. '사라져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어둠이 자리 잡는다. "과거를 버리려고 한 건 너잖아'라는 말처럼 과거에 포함된 '나'를 버린 대가는 너무 컸다. 이젠 더 이상 '나'로도 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둠에 붙들려 정체를 숨기고 그림자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되었음에도 전갱이처럼 시궁창에서 살아남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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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며 완결되는 이야기


영화는 세 사람의 시점으로 전환하여 이야기를 연결시키고 완결한다.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의문점보다는 '이해'를 완결시킨 것이다. 흔히 이런 구조를 택하면 사건 발생으로 인한 미스터리를 안기지만 이 영화는 과거를 구성하는 짜임새로 공포와 안타까움 그리고 이해의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감독은 '경찰'을 바깥에 대기해 둠으로써 범죄라는 수단으로 묶인 이들의 유대를 미화하지 않는다. 그들이 아무리 과거의 일을 반성한다 해도 그들이 저지른 일은 명백한 범죄임을 냉정하게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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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지만 세 사람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 "네가 발 담근 세계는 후회해도 발 빼기 힘들어"라는 말처럼 이 세계는 빠져나가기 어렵다. 죽어서도. 실제로 이 영화는 이쯤이면 밑바닥인가 싶을 때 더 밑바닥을 보여주다 못해 지하의 지하 밑바닥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말이 매끈하지 않아 이 영화가 끝나면 비극이나 파멸이 찾아오겠다는 예감이 든다. 하지만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왠지 모를 따스함을 안겨 준다. 비록 어리석은 선택일지라도 서로를 위해 '사랑'으로 결말을 맺는 발버둥이 차가운 시스템의 논리보다 훨씬 더 인간답게 느껴졌다. 처음에 가졌던 확신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타인을 속여 이득을 취하고 연명하던 그들의 선택은 분명 어리석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세상은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영화가 지목하는 '진짜 어리석은 자'는 누구일까. 이들은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도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 사회 혹은 그 시스템을 방관하는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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