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도 인간으로 살면 시급은 $7.25

영화 <굿 포츈> 리뷰

by 민드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지금의 나를 전부 버릴 수 있겠는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더더욱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들것이다. 천사로 인해 부자의 삶을 살게 된 어떤 N잡러의 이야기를 담은 <굿 포츈>은 2026년 1월 7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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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수 있는 건 시간뿐인 남자


아지, 그의 꿈은 다큐멘터리 편집자가 되는 것이다. 세상을 담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현실은 그에게 카메라를 들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전형적인 N잡러다. 태스크 서전트, 마트일까지 하며 잠잘 시간까지 쪼개 돈을 벌지만 그가 머물 수 있는 곳은 낡은 차 안이었다. 그마저도 번번이 주차장에서 쫓겨나기 일쑤였다. 그 와중에 사촌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취직했다는 소식에 씁쓸할 뿐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제자리걸음인 아지의 삶은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노동의 한계를 보여주는 구간이었다.


어김없이 태스크 서전트 일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제프와 만나면서 그의 삶에도 활력이 도는 듯했으나 순간의 판단력 실수로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나타난 천사 가브리엘은 제프의 삶을 살아보며 원래의 삶이 가치 있음을 깨달아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유한 삶, 넓은 집, 통장의 숫자들. 아지는 처음으로 '시간'의 노예에서 벗어나 '자본'의 주인이 된 기분을 만끽하며 그 삶을 즐기기 시작했다. '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고로 '너의 삶이 더 소중하다'라는 의도가 통할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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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삶 속에서 마주한 '가난'이라는 것


제프는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다. 그는 하루아침에 모든 부를 잃고 아지의 몸이 되어 노숙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아지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인해 가브리엘이 제프에게 기억을 돌려주었다. 원래 부자로 살았던 제프에게 서민의 삶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는 부자였을 때처럼 내가 하면 가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근성으로 상황을 파악하며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직접 '가난'을 경험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부'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쉴 새 없이 일해도 돈을 벌 수 없는 현실, AI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경험하며 깨닫는다. 가난은 발을 들이는 순간 노력의 부족에 의한 것이 아니라 탈출구가 없는 미로에 갇힌다는 것을. 화를 내도 바뀌지 않는 현실 앞에서 제프가 보여주는 그 '인자함'과 '체념' 사이의 표정은 세상 물정 모르던 부자가 자본주의의 밑바닥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가장 솔직한 당혹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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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할 수 없는 사랑의 크기


우리가 살아가고,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함이다. 그래서 '돈'은 이 시대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엘레나'라는 인물이다. 그녀는 아지가 없던 시절에도 그와 함께 했다. 하지만 부자가 된 후, 그녀는 기억을 잃었다. 물론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대시할 수 있었다. 부는 이성적인 매력 요소가 되지만 그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녀가 사랑했던 건 화려한 배경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겠다는 '희망'이었다. 약간의 타협이나 자본주의에 대한 안주는 분명 더 편한 삶을 위한 선택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엘레나는 그런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거나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엘레나는 스스로를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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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삶은 소중해


그는 초짜 천사다. 그의 임무는 운전 중 문자 하는 인간들을 보호하는 일이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일은 길 잃은 영혼의 수호천사가 되는 일. 절망에 빠진 아지를 구원해 주기 위해 금수저인 벤처 투자자 제프와 삶을 바꿔준다. 하지만 가브리엘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임무를 지키지 않아 생긴 일로 인해 상황은 더욱 꼬이고 말았다. (엘레나가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데이트에 갈 수 있었을 것이고 아지가 무리해서 데이트 장소를 고르지 않았을 것) 금기의 일을 저질러버린 가브리엘은 이에 대한 책임으로 날개를 빼앗기고 인간으로 살게 된다. 직접 인간의 삶을 살아본 가브리엘은 입에 대지 않던 담배와 술을 끼고 살며 절망에 빠진다. 가브리엘의 시점으로 보았을 때는 정말 순수한 선의에서 비롯된 교훈이었지만 그 의도와는 다르게 현실을 모르는 초월적 존재의 무능함과 민폐 그 자체였다. 가난을 겪어보지 않은 천사가 가난을 '영혼의 성숙을 위한 도구'로 정의 내리는 것은 무지에 의한 오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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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시스템


이 영화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와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속도의 차이를 노골적으로 대비시킨다. 제프의 삶을 살게 된 아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부가 쌓이는 시스템에 경악할 때, 아지의 삶을 살게 된 제프는 단 만 원을 벌기 위해 온종일 육체를 소모해야 하는 시스템에 경악한다. 두 사람이 삶을 바꾸며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제프가 초기에 보여주었던 여유는 '돌아갈 수 있다'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오만'이었다. 그 돌아갈 길이 완전히 차단되었을 때, 제프는 직접 자신의 집에 들어가 시계를 훔칠 정도로 처절하게 변해간다. 영화는 "나도 왕년에 고생해 봤어"라고 말하는 부자들의 서사가 얼마나 '저렴한 체험판'이었는지를 비웃는다. 제프 역시 나름의 노력으로 자수성가했겠지만 상류층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자본과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기회의 사다리'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가난이 단순히 개인의 나태함 때문이 아니듯, 부 역시 온전히 개인의 역량만으로 일궈낸 성취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부'가 악하다는 결론이 내려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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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본 삶


그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도 아지와 제프 사이에 남는 것은 '구원'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겪어본’ 사람들만이 나눌 수 있는 묘한 연대다. 그것은 내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나의 노력인지, 아니면 운 좋게 주어진 행운이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돈은 삶을 훨씬 더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지만 삶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까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돈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우선될 수 없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운 좋게 얻은 행운보다 더 값진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변화'하기 위한 노력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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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불편함


이 영화는 친절한 해답을 건네지 않는다. 인물들의 선택을 쉽게 옹호하지도,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대신 각기 다른 위치에 놓인 인간들이 같은 삶을 경험하면서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현재 상황을 서술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행동할 것인지를 '인지'시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소 교훈적이기에 때로는 불편하고, 어떤 장면들은 의도적으로 관객을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의도된 불편함은 확신이 아니라 선택이다. 다소 평면적으로 그리는 이야기임에도 각자의 삶에 대해 질문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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