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겐 가장 소중한 가치지만 내겐 아닌 것.

영화 <센티멘탈 밸류> 리뷰

by 민드레


형태 없는 마음을 짓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특히 가족이라는 '집'을 온전한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보수할 곳은 끝도 없이 많고, 각자의 마음을 살피며 오해를 만들지 않도록 행동이나 말을 끊임없이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어려운 가족 간의 관계는 나를 가치 있게 만들기도, 결핍한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나에게 소중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아픈 마음을 담은 영화 <센티멘탈 밸류>는 2026년 2월 17일 개봉한다.



줄거리


유명 영화감독 구스타브를 아버지로 두고 있는 자매 노라와 아그네스는 배우다. 세 사람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소원했다. 아버지는 복귀작의 주연을 노라에게 제안하고, 노라는 이를 거절한다.



센티멘탈 밸류


영화는 제목 그대로 ‘센티멘탈 밸류’에 대한 이야기다. 센티멘탈 밸류란 경제적·물질적 가치는 낮지만 개인에게 특별한 기억과 감정, 의미가 담겨 있어 소중하게 여겨지는 가치를 말한다. 이 영화에서 그것은 개인의 기억, 예술, 그리고 가족이 공유한 공간까지 포괄한다. 구스타브에게 그 가치는 영화이고, 두 자매에게는 오래된 집이다. 가족이라는 개념은 형체가 없지만, 세월에 따라 바래고 낡아가는 집을 통해 이 가족의 역사가 드러난다. 그 집은 자매에게 트라우마의 공간이자 동시에 웃고 울던 기억의 장소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이들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특히 어머니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을 더해 시대의 폭력과도 연결된다. 그렇게 나치의 잔재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도 절망의 상흔을 남긴다.



가족 관계는 재건축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가족 관계를 ‘재건축’ 해 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부녀는 모두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서로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은 놀라울 만큼 서툴다. 감정은 입체적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감정 즉, 분노나 설움을 토해낸다고 해서 진심이 온전히 전달되지는 않는다. 특히 성별과 세대의 차이까지 더해진 이 관계는 몰이해에 가깝게 보인다. 아버지는 “너를 위해 쓴 각본”이라며 신작의 주연을 제안한다. 그러나 노라는 가족이 느낀 슬픔이 예술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느끼며 분노한다. 구스타브는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노라는 그것을 침범했다고 받아들인다. 서로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닮아 있기에 서로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었던 관계인 것이다.



나는 끝내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없었다.


형체 없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가 때로는 무의미해 보일 수 있다. 영화는 관객이 이 감정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마치 건축을 하듯 관계 위에 층을 덧씌우며 화해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그 지점에서 이 영화와 거리를 느꼈다. 그들의 속사정은 제대로 알 수 없었고, 화해의 과정이 지나치게 정형적으로 그려져서 정서적으로 완전히 몰입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의 짜임새는 개인적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깊이 분노한 딸에게 시나리오를 건네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작업하게 되는 과정에서 그 시나리오가 어떤 이야기인지 끝내 보여주지 않는 선택은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비극을 예술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태도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감정에 깊이 잠기기보다는 영화계라는 그들만의 세계가 공고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결과 관객은 끝내 제삼자의 위치에 머물고 화해는 진중한 사과 대신 일방의 용서로 봉합된 인상만 남긴다. 어쩐지 익숙한 ‘K-아빠’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는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슬픔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나 역시 이 영화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가 이룩할 수 있는 가치


영화가 도달하려는 ‘영화가 이룩할 수 있는 가치’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다소 피로하게 느껴진다. 그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가치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도피가 아니라 직면하는 방법을 통해 ‘집’을 트라우마의 공간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웃고 울었던 기억의 장소로 덮어씌운다. 영화라는 매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표현이 완전히 와닿지는 않았지만, 직접적인 언어가 아니어도 이들의 감각과 마음을 느낄 수는 있었다.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을,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매체인 영화로 표현한다. 그 각본을 통해 딸은 아버지를 이해하고, 연기를 통해 아버지는 딸을 이해하게 된다.



진정으로 바라게 되는 공동의 가치


영화가 말하는 공동의 가치는 사랑과 추억이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고, 다른 사람이지만 결국 바라는 것은 같은 이들.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가 답 없는 대화 속에서 숨 막히게 충돌한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나를 찾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끝내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민 손은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손을 맞잡으면서 모두가 함께했던 그 집에서 완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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