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행복할 수 없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싶으니까.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 리뷰

by 민드레


상실감은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심지어는 소중한 사람을 상처 줄 만큼의 무게를 안고 있는 것일까. 종종 폭력이 되기도 하는 이별의 고통은 감당할 수 없어서 주변을 상처 입히고, 나 자신을 '기억'이라는 감옥에 가두기도 한다. 2025년작 <슈퍼 해피 포에버>는 이 지독한 상실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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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생각하느라 배려하느라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은 불편함을 자아낸다.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상실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간이다. 사노는 아내 나기를 잃은 뒤, 그녀에 대한 기억을 홀로 독점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나 노래가 나오면 상대방은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굴어 무례함을 표출한다. 특히 그는 5년 전 아내를 처음 만났던 호텔의 문틈에 담배를 끼워 넣고, 누군가 방에 들어왔는지 감시하는 '트랩'을 설치한다. 이 유치하고도 예민한 행위는 사실 멈춰버린 시간에 대한 처절함이다. 그에게 세상은 아내를 앗아간 적대적인 공간이며, 호텔 직원 안은 내 소중한 흔적을 치워버릴지도 모르는 불청객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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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착의 정점에는 ‘빨간모자’가 있다. 사진이라곤 얼굴도 보이지 않는 폴로라이드 한 장. 사실 모자는 두 사람을 이어준 연결고리였다. 1000엔밖에 하지 않는 모자지만 다시 볼 수 없는 그녀처럼 어느 날 사노의 곁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가벼운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사노에게는 꼭 돌려받아야 할 유품이었던 것이다. 그 빨간 모자는 그녀가 이 세상에 실재했다는 마지막 증거이자, 그녀의 부재를 견디게 해 줄 유일한 위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자에 대한 집착은 단순히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으려는 행위로 표현되지 않는다. 사노는 그 낡고 저렴한 모자를 되찾게 된다면 멈춘 자신의 시간이 다시 돌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집착이 강해질수록 기억은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독점의 형태로 변해간다. 더이상 그의 상실은 이해받을 수 없고 지나치게 무례한 사람 혹은 자신의 세계에 갇힌 고독한 사람으로 비춰지게 만든다. 자신의 슬픔만이 유일한 진실이라 믿으며 나기와의 기억은 생명력을 잃은 채 사노의 내면을 무디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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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사노가 그토록 집착하던 '빨간 모자'를 끝내 그에게 돌려주지 않는다. 대신, 그 모자는 사노가 의심하고 무시했던 이방인 '안'의 손에서 발견된다. 5년 전, 나기가 안에게 “ 찾으러 올테니 기다려줘 만약 내가 오지 않는다면 너에게 어울리니 네가 가져"라는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었다. 사노에게 모자는 잃어버린 과거의 증거(유실물)였지만, 안에게 모자는 머나먼 타국에서 마주한 다정한 기억(약속)이다. 안은 나기의 죽음을 몰랐기에 그 모자를 쓰고 아무렇지 않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나아갈 수 있었다. 그 무심하고도 경쾌한 뒷모습을 통해 나기의 기억은 비로소 사노라는 좁은 감옥을 빠져나와 세상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으로 다시 합류한다. 슬픔은 공유될 때 비로소 그 무게가 분산되고, 기억은 독점을 멈출 때 비로소 누군가에게 '슈퍼 해피'한 유산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영화는 안짱의 뒷모습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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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영화의 기저에는 열심히 살아도 행복의 근처에 갈 수 없는 공허한 현실이 짙게 깔려 있다. 사노의 주변인인 미야타가 보여주는 모습은 바로 그 공허에 대한 현대인들의 서툰 응답이다. 미야타가 빠져 있는 사이비 종교는 다소 극단적인 행복 추구 방식이지만, 그 무수한 우연이 행복을 만들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허황된 믿음이 삶을 진창으로 만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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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야타의 이야기는 사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다소 적게 나오지만 이 부분에도 집중하게 된다. 수많은 현대인이 겪는 공허에 대한 흐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노가 상실의 무게에 짓눌려 과거의 문틈에 매달려 있다면, 미야타는 그 공허를 견디기 위해 가짜라도 좋은 '행복의 환상'을 붙잡는다. 그래서 행복의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슈퍼 해피 포에버”를 외치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이 기묘한 외침은 상실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보여준다. 과거를 붙잡고 무너지는 사노와, 허황된 미래라도 붙잡고 웃어 보이려는 미야타. 그 두사람의 상반되는 삶의 태도의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말한다. 삶의 흐름에 따라 흘러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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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는 사노와 나기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하고 있지만 사라지는 기억의 공간을 주변부의 이야기로 두어 ‘상실’을 말한다. 폐업을 앞두고 정리에 들어간 낡은 호텔은 단순히 건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사라지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실의 공간이다. 사노에게는 아내와의 첫 만남이라는 세계의 기점이 무너지고, 이주 노동자 안짱은 일터가 사라지고, 사이비 종교에 빠진 친구 미야타 억지로라도 행복을 쥐어짜 내야 할 수행의 장소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온도 차 속에서 사노는 자신의 상실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으며 고립을 선택하지만 카메라의 시선은 사노의 일그러진 얼굴 너머 무심하게 흐르는 바다와 타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비출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세계의 멸망과도 같은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하루의 배경이 되는 대조는 무심하게 질문을 던진다. 상실이 세상의 끝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