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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드레 Jul 10. 2022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도,
그 존재만으로도 악당이 된다.

영화 <러브 빌런> 리뷰 -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고요한 밤이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두 사람의 사이는 독특하고도 요란한 빛 사이에서 잔잔하게 입 맞추며 이어진다. 같은 방향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교환과 메구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내레이션이 들리며 실은 그렇지 않은 마음을 드러낸다. 이제 더 이상 교환을 사랑하지 않는 메꾸는 한때, 사랑했던 교환과 헤어지고 싶지만 여린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어떻게 이별을 건넬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메구는 교환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헤어질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그는 교환의 옆에서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메구의 옆에서 운전하고 있던 교환은 졸린지 껌을 찾다가 메구에게 있어서 헤어질 이유에 충분함을 가져다주는 행동을 저지르고 만다. 그렇게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교환과 이미 정리를 끝낸 메구는 끝까지 제대로 된 의미를 의지 있게 전달하지 않는다. 의지가 사라진 소통은 곧 단절로 이어져 해방의 축제가 되어 메구 안에서 펼쳐지고 이별이 시작된다.   

  


이별을 선언했음에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교환은 메구에게 있어서 ‘러브 빌런’ 같고 헤어질 구실을 만듦과 동시에 소통하지 않는 메구도 교환에게 있어서 ’러브 빌런‘같다. 그렇게 서로에게 러브 빌런이 되어버린 그들은 메구가 먼저 추억이 되었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그것을 또 제대로 듣지 못한 교환으로 인해 완전한 소통 단절을 끌어낸다. 소통 단절은 곧 이별이다. 그렇게 ‘사랑의 슈퍼맨’이었던 메구는 ‘러브 빌런’이 되었다. 빌런이 되어서도 예의를 지키는 그들의 번쩍이던 사랑이 3년간의 추억을 게워내며 빛을 잃은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춘다. 이 영화는 이옥섭 감독이 독특한 영상미로 인해 시선을 끈다. 이들이 왜 이렇게 됐을지 감히 예상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움직이는 도로 위와 멈춰져 있는 이 집 위에서 그려낸다. 상상을 현실로 펼쳐내는 이 빛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마주하는 두 사람의 추억이 곳곳에 펼쳐지고 끝끝내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의 이별도 곳곳에 펼쳐진다. 이런 독특함은 이엑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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