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실수할 수도 있죠."
그 말들은 다정했고,
분명 위로였지만
오히려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끌고 갔다.
괜찮다는 말이,
도무지 괜찮지 않았던 순간이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이었다.
내가 속한 부서는
기밀 자료를 다루는 팀이었다.
그중 일부,
공개 가능한 일부 자료만 정리해
정기적으로 다른 부서와 공유하게 내 일이었다.
그리 어렵지 않았고,
나는 그 일에 금세 익숙해졌다.
자신감도 붙어 있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자료를 정리해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평소라면 절대 포함하지 않았을
기밀 정보까지 함께 첨부해버렸다.
이메일을 보내고 몇 분 뒤,
숨이 턱 막혔다.
'아, 망했다...'
머리속이 하얘지고
손끝까지 식은땀이 났다.
이메일을 회수하고 싶었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무엇에 손대야 할지조차 몰랐다.
다행히 우리 부서 부장님이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주셨다.
관련 부서에 정중하게 설명하고,
사건은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부장님은 나를 조용히 불렀다.
"괜찮아요. 실수할 수도 있어요.
마무리됐으니 걱정 말아요."
그 말이,
너무 감사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부장님은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도무지 괜찮지 않았다.
나는 혼자서
나를 몰아세웠다.
'일 정말 못하네.'
'이런 실수를 하다니.'
'팀에 도움이 되진 못할 망정...'
'이 일을 계속해도 될까?'
아무도 나를 혼내지 않았는데,
나는 나를 가장 혹독하게 야단쳤다.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그 이후에도
작은 실수든, 조용히 지나간 일이든
누군가 "괜찮아요"라고 내게 말할 때마다
나는 오히려 더 괴로웠다.
괜찮다고 하니까,
더더욱 괜찮지 않은 내가
부끄러웠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서툰 날들이 쌓여
경험이 되었을 때에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완벽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는 걸.
'나는 일을 잘 해'
'나는 빠르고 정확해'
'그런 나에게 실수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 믿음이 깨졌을 때,
나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괜찮다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말이 거짓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실수는 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10년간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웠다.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누군가 내게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면
나는 그말을 조용히 받아들인다.
'그래, 괜찮구나. 다행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처럼
자책하며 괴로워하고 있다면
나는 조심스럽게 말해준다.
"괜찮아요.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그리고 속으로 덧붙인다.
'나도 그랬으니까,
당신도 정말 괜찮아요.'
이제야 알게 됐다.
'괜찮다'는 말이
진짜 위로가 되려면,
그 말을 듣는 사람도 스스로가
조금씩이라도,
정말 괜찮아지고 싶다는
마음에 닿아있어야 한다는 걸.
나는 그 과정을
천천히, 오래 겪었고
그래서 이제는
진심으로 그 말을 건넬 수 있다.
"정말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