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일하는게 필요한 순간

by 인담비

예전엔 '적당히'라는 말이 한심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 같았고,

어딘가 무책임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언제나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회사에서 맡은 일은

기한보다 앞서 끝냈고,

새로운 업무는 빠르게 익혔다.


정해진 역할 이상을 해야

'열심히'하고 있다는게 증명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일은 점점 많아졌고,

주변의 기대치도 점점 올라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기대치를 유지하는게

버겁기 시작했다.


그맘때쯤,

성과를 잘내고 평가도 좋은데

언제나 여유로워 보이는 선배가 하나 있었다.


선배는 내게 말했다.

"적당히 해. 그게 진짜 열심히 하는 거야."


그때 처음으로

'적당히'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최선이라는 자리에

'일'이 아니라 '나를 두는 것.


'무책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함'이라는 것.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적당히'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말이 되었다.


'적당히' 한다는 건

아무렇게나 일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오래 일할 수 있는 거리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일을 무너뜨리지 않고,

책임감 있게 일하되,

나를 잃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꾸준히,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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